​[베이비스텝, 머니무브 신호탄] 힘빠진 '시중자금 블랙홀' 정기예금···신규가입·잔액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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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2-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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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예금 신규가입액 '11월 71.1조'→'12월 56.4조'→'1월 34조'

  • 잔액도 2개월째 쪼그라들어···'대기성 자금' 요구불예금도 하락세

  • "금리인상기 끝나고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 현상 강화될 듯"

서울 시내에 설치돼 있는 주요 시중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사진= 연합뉴스]


금리인상기에 '자금 블랙홀'로 꼽히던 은행권의 정기예금을 찾는 발길이 줄고 있다. 올해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채권과 주식을 비롯한 투자를 좇는 '머니무브'가 살아날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지난달 개인 정기예금 신규가입액(말일 기준·하나은행 25일 기준)은 34조342억원으로, 직전월인 지난해 12월 기록한 56조4625억원보다 39.7% 감소했다. 특히 정기예금 금리가 5%를 넘어섰던 지난 11월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욱 크다. 11월 정기예금 신규가입액은 지난달 가입액의 약 2배에 가까운 71조1518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예금 신규 가입이 줄고 있는 것은 최근 예금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예금 금리 상단은 5% 초중반에 달했으나, 전날 기준으로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1년 만기)는 3.47%에서 3.71%로 상단 금리도 4% 밑으로 떨어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회사채 시장이 경색 국면에 빠지고, 은행권으로의 자금 집중이 심화하자 은행채 발행을 제한한 바 있다. 이에 은행들은 유일한 자금조달처인 수신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던 것인데, 최근 경색 국면이 풀리면서 예금 확보 경쟁에 나설 유인이 줄었다. 여기에 대출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당국에서 자제하라고 주문한 영향도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신규 가입은 물론, 은행 내 수신 잔고도 점차 빠지는 추세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818조4366억원)보다 6조1866억원 줄어든 812조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금 잔액은 지난해 연초부터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으나, 작년 12월 당시 11개월 만에 감소 전환한 데 이어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 포함) 잔액도 전월대비 35조9835억원 줄어든 588조6031억원으로 집계됐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에 가깝기 때문에 잠시 돈을 예치해두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며, 은행의 저원가성 자금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준금리 정점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정기예금의 감소 추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채권시장 유입은 물론, 자금시장으로 움직이는 머니무브 현상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금리인상기 속에서 예금 등 수신으로의 자금이 쏠리던 부분이 마무리되고, 시장 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주식 등 자금시장으로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시장 진입이 활발한 것 역시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는 단계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좇기 위한 움직임이 확대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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