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범위 90%로 낮추고, 임대인·중개인 책임 강화...정부 '제2의 빌라왕' 막는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지연 기자
입력 2023-02-02 10:5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전세사기 예방, 피해자 지원, 처벌 강화 3대 방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세사기 대책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으로는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집값이 3억원이라면 지금은 전세금이 3억원이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2억7000만원 이하여야 가입이 허용된다는 뜻이다.

감정평가사의 신축 빌라 시세 부풀리기 행위에도 제동이 걸린다. 앞으로 감정평가액은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하고,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100%에서 90%로 낮추는 것이다.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2013년 70%에서 매년 높아져 현재 100%까지 보증이 가능하다. 보증보험이 전세가의 100%를 보장하다보니 세입자와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을 빼돌리는 전세사기가 빗발쳤다.

실제 빌라 1139채를 보유하다 사망한 '빌라왕' 김모씨 소유 주택들의 전세가율은 평균 98%다. 전세가율 90% 기준을 적용한다면 김씨 소유 주택 대부분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정부는 보증보험 범위를 낮춰 무자본 갭투자를 근절하고, 악성 임대인들의 전세사기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다. 전세가율 90% 기준은 신규 전세계약에 대해선 올해 5월부터 적용된다. 보증보험에 이미 가입해 보증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올해 12월 말까지는 100%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향후 전셋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위험 계약을 회피하는 기준으로 90%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HUG의 보증 여력은 확충하기로 했다. 보증보험 상품 가입이 중단되지 않도록 정부 출자를 통해 HUG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배수를 높일 계획이다.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보증 발급이 가능한데,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가 54.4배까지 올라왔다. 보증료 할인 대상은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할인 폭은 50%에서 60%로 확대한다.

보증보험 가입 심사 때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만 감정평가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세가율 산정 때 감정가를 가장 먼저 적용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임대인과 짜고 시세를 부풀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여부도 철저히 관리감독하기로 했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모든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말로만 의무 가입 대상자라며 세입자를 안심시킨 뒤 가입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경우,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해야만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해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실의 경우 민간임대주택 등록 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되, 미가입 때는 임차인에게 통보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전세사기 연루 공인중개사에게는 처벌을 강화한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직무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자격이 취소되지만 앞으로는 집행유예를 받아도 취소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또 중개인들은 임대인의 세금, 이자 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 전입세대 열람을 할 수 있게 된다. 전세가율과 전세보증 상품에 대해선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일부 중개보조원들이 전세사기에 적극 가담한 사례도 드러난 만큼, 지금까지는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었던 중개보조원을 중개사 1인당 보조원 3명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사기는 청년과 신혼부부 같은 사회 초년생이 대응하기 어려운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라면서 "이번 대책을 통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노리는 악질 사기가 뿌리 뽑힐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