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5장 중 1장은 잠자는 '휴면카드'…카드사 '출혈 경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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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3-02-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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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객 지갑 속에서 잠자는 ‘휴면카드’가 급증했다. 정해진 고객 수가 한정적인 상황에도, 카드사들이 ‘신용판매 점유율(MS)’ 확대를 위해 무리한 마케팅 활동에 나선 결과다. 이는 결국 카드사들의 대규모 비용 지출로 직결된다. 올 들어 카드업 영업환경 전반이 크게 악화한 만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총 휴면카드 수는 1555만5000장까지 늘었다. 전년 동기(1314만장)보다 18.4%(241만5000장) 증가한 규모다. 2020년 6월(1083만장)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반 새 44%(472만5000장)가 불었다. 이에 따라 전체 카드 중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8%까지 올라섰다. 신용카드 5장 중 1장은 사용 가치를 상실한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휴면카드는 지난 1년 동안 이용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뜻한다.
 
이제 막 자체 카드발급을 시작한 BC카드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총 휴면카드 수는 58만1000장으로 많지 않지만, 전체 중 비중은 38.5%에 달했다. BC카드 5장 중 2장은 사실상 ‘없는 카드’라는 뜻이다. 이외 하나카드(15.23%), 롯데카드(14.61%), 우리카드(13,75%), KB국민카드(10.6%) 등도 두 자리 대 비중을 기록했다. 나머지 카드사들도 모두 9% 비중을 넘겼다. 현대카드 9.63%, 삼성카드 9.38%, 신한카드 9.11% 순이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역시 전년 동기 비중이 각각 6.59%, 7.65%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증가세다.
 
직접적인 원인은 ‘과열된 고객 유치’ 경쟁이다. 각사들은 △예금 및 대출 진행 시 우대금리 제공 △스마트폰,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내구재 구매 또는 렌탈시 높은 할인 혜택 등을 통해 카드발급을 유도한다. 이후 매달 일정 금액 이상 카드 결제액 유지 등의 조건을 붙인다. 고객 입장에선 신규 카드 실적 조건을 맞추기 위해, 기존 발급 카드의 사용은 자연스럽게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비용 출혈’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8개 카드사의 기타 영업 누적비용은 3조577억9300만원까지 늘었다. 이 중 결제망 사업을 본업으로 하는 BC카드 비용(1조9312억4700만원)을 제외하더라도 그 규모는 1조1265억4600만원에 달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타 영업 비용에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할애하는 비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미사용 카드의 경우 분실 가능성이 크고, 금융 사고가 일어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금융 관련 통계를 산출하는 데도 부정적이다. 카드업계도 이러한 ‘출혈 경쟁’에 부정적이다. 올 들어 조달금리 급증, 연체율 관리, 대출·할부시장 축소 등 다양한 악재가 상존한 상황에, 불필요한 비용 부담이 지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휴면카드에 대한 효율적 관리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카드가 일정 기간 사용이 안 될 경우, 고객 확인 절차를 거쳐 폐기 처분하는 식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카드사 간 지나친 외형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대처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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