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직은 조심" 실내 마스크 해제에도 대부분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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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김민영 수습기자
입력 2023-01-3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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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중이용시설서 마스크 벗는 사람 드물어

  • 과태료 부담 벗어난 상인들은 '반색'

  • 마스크 해제 환영 속 "시기상조" 우려도

“번거로워서요. 그냥 쓰고 있으려고요.”

30일 오전 8시쯤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한 중년 여성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음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대해 시민들이 우려하거나 환영하는 속내는 달랐지만 마스크 착용은 이미 ‘관성’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이날부터 운행 중인 교통수단 내부를 제외한 지하철 승강장이나 버스 정류장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 의무의 경계선인 지하철 승강장에 마스크를 벗고 있는 시민은 드물었다. 의무 해제에 대한 개인적 견해와 별개로 시민 대부분이 습관처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출근시간에 찾은 신대방역 승강장에는 오전 10시경이 돼서야 마스크를 벗은 김모씨(75)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도착 안내방송이 들리자 마스크를 꺼내 들었다. 또 다른 20대 남성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사실을 전해 듣고 나서야 “진짜요?”를 반복하더니 곧바로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면서 “헬스장을 다니는데 이제 실내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쇼핑몰·상가·영화관, 여전히 마스크족 가득···“3년 만에 맨얼굴 어색”

30일 서울 중구 명동 소재 백화점 입구 회전문 앞에 실내마스크 자율 착용 권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히 해제된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 상가, 강남구 코엑스몰 직원과 방문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일하는 오모씨(20대)는 “오전 8시에 출근했는데 11시경까지 마스크를 벗은 분을 한 명도 못 봤다”며 “영화관 안에서도 취식할 때 외에는 착용했다. 평소와 별로 변한 것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직원으로 일하는 강모씨(20대)는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반기면서도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별로 없어 분위기를 보고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후반 직장인 차모씨도 “3년 동안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남들이 맨얼굴을 쳐다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쉽게 벗지 못하겠다”며 “봄 즈음에 날이 더워지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벗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씨 예측과 비슷하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는 시점은 완연한 봄이 되는 5월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은 이날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때는 아마 5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강 우려···시기상조” vs “해방감 느껴···진작 벗었어야”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 서울 중구 명동 소재 백화점에 방문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시민이 대다수였지만 시민들마다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에 대한 속내는 갈렸다. 코엑스에 10대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방문한 김모씨(40대)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초등학생, 중학생인 아이가 있는데 학교·학원에서도 마스크를 쓰라고 교육한다”며 “해제는 섣부른 결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1층에서 핸드크림을 판매하는 박모씨(24)는 "제품을 찾는 손님과 제 건강을 위해 쓰고 있다"며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일했다. 같은 백화점에서 향수를 판매하는 송모씨(35)도 “권고 사항 중 ‘밀집 공간’에 백화점이 해당되다 보니 조심스럽다. 직원 중 확진자가 있기도 해서 스스로 조심하려고 한다”며 마스크를 벗기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반기는 의견도 적잖았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던 하현승씨(38)와 김지윤씨(38)는 마스크를 벗은 채 커피를 손에 들고 있었다. 하씨는 “커피를 마시면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해방감을 느낀다”며 “마스크를 쓰면 화장이 번지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착용 의무 해제가 반갑다”고 말했다.

특히 상인들을 중심으로 의무 해제로 손님 편의가 개선된다며 환영하는 반응이 많았다. 백화점 4층 의류 판매점에서 직원 중에서는 드물게 마스크를 벗고 있던 지모씨는 “이제 착용 의무가 해제돼 적어도 손님이 불편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옷을 입어본 손님들이 거울을 보며 마스크를 벗어도 되냐고 요청할 때 멀리 떨어진 채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과태료 부담을 덜어냈다는 상인들 반응도 많았다. 회현역 지하상가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홍구씨(33)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에도 일부 어르신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며 “과태료를 부담하는 처지에서 굉장히 부담됐다. 이제 마스크 과태료로 마음 졸일 일은 사라졌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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