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에 저무는 '8인치 웨이퍼'···DB하이텍, 12인치 공정 전환 타이밍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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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11-2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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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분기까지 호실적 불구 수요급감 전망

  • 8인치→2인치···반도체업계 주류 이동

  • 투자비 크고 경쟁 치열···시장진입 난관

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토종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DB하이텍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품귀 현상에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으나 최근 수요가 급감하면서 12인치로 공정을 전환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의 3분기 영업이익은 220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1815억원과 2분기 2132억원에 이어 호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코로나19 관련 펜트업 효과로 전방산업 수요가 늘어난 덕에 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도 주문이 몰린 덕분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강해지면서 전방산업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호황기였던 올해 상반기 수주한 일감이 많았던 덕에 DB하이텍은 당장 3분기 실적에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 말부터 점차 수요 급감 영향을 받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이 최대 90%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1년간 생산할 주문이 사실상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 주문량이 감소하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문제는 DB하이텍이 주력하고 있는 8인치 웨이퍼가 시장에서 조만간 도태될 '구식'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이다. 8인치 웨이퍼는 원가가 저렴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하다. 그러나 반도체 선폭을 미세하게 만들기가 어려워 성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현재 반도체 업계 주류는 12인치 웨이퍼로 굳어진 상태다.

DB하이텍은 시장 주류인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하지 않고 구식 8인치 웨이퍼를 고집해 오히려 주목을 받았다. 유사한 기업들이 12인치 웨이퍼로 넘어갈 때도 기존 방식을 고수한 덕에 8인치 시장에서 주요 공급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에 펜트업 특수 기간에는 8인치 주문을 소화하며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시간이 장기화하면 8인치 퇴장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 반도체 한파가 지속되는 동안 여러 기업들이 12인치 웨이퍼에 대한 원가 절감에 노력할 수밖에 없어 8인치 장점이 퇴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탓인지 DB하이텍 스스로도 8인치 등 기존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고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12인치로 공정을 전환하는 데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만큼 공정 전환 시점이 언제일지 확정하지 않더라도 일단 자금을 모아 놓겠다는 방침으로 분석된다.

실제 DB하이텍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 비율은 2018년 9% 수준이었으나 올해 누적 3분기(1~9월) 4.42%로 절반 이하까지 줄었다.

반면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 자산 규모는 2018년 말 363억원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4044억원으로 11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현금과 현금성 자산도 1191억원에서 1535억원으로 28.88% 확대됐다.

DB하이텍 관계자는 "8인치 웨이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고객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 전환 등 여러 가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도 언젠가는 공정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언제 결단을 내릴지 타이밍이 관건일 것"이라며 "섣불리 전환해 TSMC나 삼성전자 등 업계 최고들과 경쟁을 시작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타이밍을 못 맞추면 12인치 시장에 아예 발도 못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DB하이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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