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식량안보 핵심 …'쌀값 안정' 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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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2-10-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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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야당의 주도로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 현행 양곡관리법은 수요를 초과한 생산으로 단경기 또는 수확기의 쌀 가격이 평년가격보다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할 경우 초과 생산량의 범위 안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협 등에게 쌀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는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쌀의 시장격리는 정부 의지에 달려 있다. 이번 개정안은 쌀의 시장격리를 정부 의지가 아닌 법적 의무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쌀이 과잉 공급되는 상황에서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쌀의 공급과잉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그에 따라 의무격리에 소요되는 재정부담도 늘어나 전체적으로 농업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대하고 있다.
 
시장격리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시장개입정책이기 때문에 그만큼 정책효과도 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이는 시장격리의 핵심인 격리량 계산에 필연적으로 상당한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장격리량은 신곡 생산량에서 신곡 수요량을 뺀 초과 생산량에 근거한다. 그러나 생산량과 수요량 모두 추정치이다. 쌀 생산량 추정은 표본 재배면적에 표본 단수를 곱해 계산하는데 수확기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변한다. 날씨가 좋아 쌀알이 튼실하게 여물면 쌀알 무게가 늘어나 생산량이 예상보다 상당히 증가한다. 반대로 수확기 날씨가 나빠 쌀알이 제대로 여물지 않으면 생산량이 예상보다 감소한다. 수요도 마찬가지다. 가정에서 먹는 쌀 소비량은 그나마 정확도가 높은데 외식을 통한 쌀 소비통계는 계절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런 이유로 쌀 수요 추정은 과거의 쌀 소비 감소율을 활용한다. 이러한 오차를 감안하면 2021년산 쌀의 초과 수요량은 통계적으로 19~47만톤(t)이라는 결과를 얻는다. 정부가 처음에 27만t을 격리하고 이후 10만t을 더 격리했음에도 올해 쌀값 급락을 막지 못한 데는 이런 원인이 있다.
 
실제 지난 10여 년간 시장격리효과를 봐도 시장격리량의 가격안정효과는 불분명하다. 2009년에는 초과 생산량이 54만t으로 예측되어 실제 이보다 많은 57만t을 격리했으나 수확기 산지 쌀값은 10% 이상 하락하였다. 2016년에도 초과 생산량 예측치 37만t을 격리했으나 수확기 쌀값은 15%가 급락했다. 반대로 2017년에는 과잉 생산량이 15만t으로 예상되어 두 배 이상인 37만t을 격리했는데 산지 쌀값은 18% 급등했으며, 그 여파가 계속 이어져 2020년까지 쌀값이 고공행진을 했다. 시장격리를 정부 의무조항으로 바꾼다고 해도 그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쌀가격의 안정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식량안보의 핵심인 쌀의 가격안정을 위해서 수확기 쌀 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수확기 쌀시장에서 공급자는 쌀재배 농민이고, 수요자는 소비자가 아닌 쌀 유통을 담당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이다. RPC는 수확기에 쌀 농가로부터 쌀을 구매, 저장해 놓았다가 연중 판매한다. 따라서 RPC의 수확기 쌀 구매량은 생산량과 수요량 예측치 이외 단경기 쌀의 기대가격 등 투기적 변수가 작용한다. 따라서 수확기 쌀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쌀 수급에 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수고 정부가 앞장서서 관련 정보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한편 RPC는 단위농협의 점유율이 절대적이고, 단위농협은 조합장 선거 등의 영향을 받는 구조도 문제다. 농협 RPC는 표를 의식해 수확기에 높은 가격으로 되도록 많은 물량을 구매하려는 유인이 존재한다. 이것이 RPC의 경영난과 단경기 쌀값 급락으로 이어짐은 뮬론이다.
 
결국 수확기 쌀시장의 가격안정은 격리물량 산정의 오차가 크고, 투기적 요인과 함께 정치적 요인 등으로 인해 정부의 의무적 시장격리는 그 효과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격리는 의무보다 대풍으로 인해 수확기 쌀값 급락이 확실시될 때 비상수단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대신 수확기 쌀값 안정은 시장가격과 목표가격의 차액을 보상해 주는 변동직불제를 부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목표가격 산정의 정치적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소득안정보험제를 함께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도 쌀, 밀, 옥수수, 보리 등 16개 정책품목에 가격하락을 보상하는 가격손실보상제(PLC: Price Loss Coverage)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쌀에만 특정하지 않은 품목불특정 변동직불제를 운영할 경우 연간 4조가 넘는 보조를 사용할 수 있어 WTO 농업보조상한이 문제될 가능성은 적다.
 
농산물은 시장 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수입농산물이 국산농산물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으며, 우리 농어촌의 아름다운 풍광과 정취를 다른 나라가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렇다고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연 무엇이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길인지, 농촌과 농민을 위하는 길인지,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심각히 고민하는 모습을 많은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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