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폭풍 방어막' 외환보유액, 우려 징후 곳곳에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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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10-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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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화를 시중에 풀어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들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외환위기 시 최후의 방어막 역할을 할 ‘외환보유액’ 감소를 두고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과거 대비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가 커진 만큼 여전히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매달 각국 중앙은행이 발표한 수치를 모아서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를 집계한 결과 지난 8월 말 한국 외환보유액은 전 세계 8위(4364억 달러)를 차지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한 단계 오른 수치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경제 규모로 봤을 때 한국은 2014년 이후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이라며 위기 시에 대응할 외환자산 규모가 충분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국내 외환보유액 규모는 2001년 1000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상승해 4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우상향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4692억 달러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는 올 들어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9월 외환보유액은 1년 전과 비교해 472억 달러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 추이를 보면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2020년 26.9%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1년 25.6%, 올해 6월 기준 24% 후반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급감하고 있는 만큼 올 연말까지 해당 비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이 40%를 넘어야 한다는 주장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비중 중 긴급 동원이 가능한 예치금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달 국내 외환보유액 구성을 살펴보면 국채와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과 같은 유가증권이 전체 외환보유액 중 91%(3794억1000만 달러)를 차지하며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예치금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이 각각 141억 달러 수준으로 나란히 3.4%를 차지했고 금(1.2%)과 IMF 포지션(1%)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일각에선 외환보유액 산정 방식에 따른 착시 우려도 제기된다. 외환당국의 변동성 완화 조처는 주로 미국 국채를 팔아 조달한 달러를 시장에 푸는 방식인데 국채 가격이 하락할수록 '실탄'도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한국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유가증권의 시장가격이 매입 시보다 하락해도 장부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은 관계자는 "시가평가는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시장금리 수준에 따라 채권을 많이 갖고 있으면 변동성이 커진다는 단점도 있다"면서 "디폴트 가능성이 전무한 한은이 그러한 측정 단위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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