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은평·서대문, 경기 고양 등에 대거 출몰
  • 연신내 상인들 "손님 쫓아내...영업방해 심각"
  • 환경부, 원인 규명 중..."환경 파괴 결과" 지적도

5일 오전 8시께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연신내역 인근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주변에 '사랑벌레(러브버그)'들이 붙어 있다. [사진=윤혜원 기자]

“벌레 때문에 반찬을 내놓고 팔 수가 없어요. 반찬 위에 들러붙으니까. 비닐이라도 꽉 덮어놓고 있지만 소용없어요. 한번은 열무김치를 사려는 손님이 와서 비닐을 걷어냈는데, 그 순간 벌레가 반찬통에 들어갔어요. 그걸 본 손님은 안 사겠다며 가버렸고요. 벌레가 제대로 영업 방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오후 1시께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흘 전부터 연서시장 인근에 눈에 띄게 급증한 ‘사랑벌레(러브버그)’ 때문에 장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였다. A씨는 “새벽 5시부터 장사 준비를 하는데 벌레가 오전에 특히 많아 상품을 가판대에 내놓기도 힘들다”며 “지난 주말에도 오전 11시쯤까지는 벌레가 날아다니는 탓인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사랑벌레가 ‘대발생(곤충이 갑자기 불어남)’하면서 시장 상인들이 “장사를 못하겠다”며 분노하고 있다. 벌레가 몰려들어 상품을 뒤덮다 보니 상품 관리뿐 아니라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인들은 사랑벌레 사태로 매출에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모기향·빙초산···임시방편에도 매출 하락 ‘속수무책’”
최근 사랑벌레는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경기도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 대거 출몰했다. 행인 몸에 달라붙거나 문틈이나 방충망 사이를 뚫고 실내로 들어오는 탓에 시민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사랑벌레는 털파리과 곤충으로, 짝짓기를 하거나 날아다닐 때 암수가 쌍으로 붙어 다닌다.
 
사랑벌레를 향한 언성이 높아지는 상황은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연서시장 상인들은 비닐이나 랩으로 제품을 덮어놓고 모기향을 켜거나 빙초산을 섞은 물을 가게 주변에 뿌리는 등 임시방편을 최대한 동원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사랑벌레가 오전에 유난히 기승을 부려 아침 장사는 거의 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푸념했다.
 
연서시장 분식집 사장 조모씨(37)는 “지난주 금요일(1일)쯤부터 벌레가 많아져 주말 오전 장사를 망쳤다”며 “매출이 평상시에 비해 30% 이상 줄어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날이 더워지면 아침 일찍 나와 장사를 하고 일찍 퇴근하는 만큼 오전 장사가 중요한데 타격이 막심하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과일가게 사장인 40대 박모씨도 “새벽에 과일을 내놓으면 아침에 벌레가 득시글득시글 붙어 있다”며 “참외며 자두며 새까맣다. 이러면 누가 사겠나. 나 같아도 안 사겠다”며 손사레를 쳤다. 또 “모기향 피우고, 빙초산 섞은 물을 뿌리고 갖은 방법은 다 써봤는데 아침과 저녁 시간대에 벌레가 몰려드는 걸 피할 수 없었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은평구청은 지난 1일부터 사랑벌레 방역 작업에 돌입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5일 “은평구 일대에서 긴급방역을 실시 중”이라며 “산과 그 인근 경계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은 특별히 신경 써서 방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2시께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연서시장에 위치한 생선가게에 사랑벌레(러브버그)를 내쫓기 위한 모기향이 비치돼 있다. [사진=윤혜원 기자]

“건조한 날씨에 약할 듯···대발생, 환경 망가졌다는 뜻”
사랑벌레 사태와 유사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에는 은평구 일대에서 대벌레가 급증해 그해 8~12월 지자체가 자체 방역에 나섰다. 같은 해 경북 소백산국립공원 주변에서는 매미나방 대발생으로 환경부가 선제 방역을 했다. 2019년 남부 지방에는 열대거세미나방이 퍼졌고, 2017년에는 서울 도봉구 일대에 하늘소가 대발생한 바 있다.
 
환경부는 사랑벌레 대발생 원인을 규명 중이다. 현재로선 습한 기후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습도가 상승해 사랑벌레가 생육·번식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사랑벌레 출몰도 날씨가 건조해지면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를 밝히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과거 파악한 털파리류 속성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건조한 날씨에 사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랑벌레가 미국이나 중앙아메리카에서 옮겨왔다는 추측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외관상 외래종이 아닌 자생종으로 추정된다”며 “분류 체계상 사랑벌레의 명확한 종도 파악 중인 단계”라고 덧붙였다.
 
사랑벌레 대발생 같은 현상은 '자연의 경고'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발생을 초래한 습도 상승 자체가 기후변화 결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영식 한숲곤충생태교육연구소 대표는 “대발생은 환경이 망가졌다는 증거”라며 “생태계에 존재하던 생물들이 평형을 이루면 대발생도 없다. 대발생은 기후 환경이나 생육 조건이 잘못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발생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려면 환경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벌레를 없애버리겠다며 살충제만 살포한다면 환경은 계속 나빠질 것이고, 이에 따른 생태계 파괴로 대발생은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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