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헬스케어 시장 2020년 237조원→2030년 450조원…연평균 6.7% 성장
  • 헬스케어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 139건…콘텐츠·소셜 등 주요 분야 중 최다
  • 전문가 "딥테크 기업 생존 위해 선배 창업가·산업별 전문성 바탕 지원 필요"

쿼드메디슨의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사진=쿼드메디슨]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이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은 한국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2020년 237조원에서 2030년 450조원으로 연평균 6.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사와 환자 간 연계 강화와 의료서비스 이용 환경 개선을 위한 플랫폼 등 디지털 혁신도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치료 기술 전문화와 함께 의료 편의·기능성도 더 고도화되는 추세다.
 
헬스케어 성장세는 다양한 정보기술(IT)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뚜렷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해 발표한 ‘2021 스타트업 투자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헬스케어, 콘텐츠·소셜, 이커머스·물류 등 주요 분야 중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총 투자 건수는 139건으로 최다 성과를 이뤘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등 고도화된 의료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혁신적인 헬스케어 딥테크(심층기술) 보유 기업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벤처투자 시장의 주축이 된 헬스케어가 딥테크를 만나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혁신을 이룬 ‘헬스테크(헬스케어+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심층·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보여주며 기존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주도해 왔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의료기기 멸균 기술로 해외 헬스케어 시장 진출한 플라즈맵
의료기기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위생관리가 요구된다. 하지만 기존의 멸균 장비는 가격 부담이 높고 부피도 커 사용에 제한이 많았다.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병원에서는 이를 개선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컸다.
 
바이오 플라즈마 기업 플라즈맵은 멸균용 파우치를 이용한 의료용 멸균기 ‘스터링크’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증을 받았다. 냉장고 크기의 멸균기를 프린트기 수준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기존 대형 장비들에 비해 멸균 공정 시간이 10배 이상 빠르다. 가격은 저렴해 경제성도 갖췄다는 평가다. 의료기기 멸균 솔루션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멸균 수요가 폭증하면서 중요성이 커졌다.
 
플라즈맵은 FDA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임유봉 플라즈맵 대표는 “지난달 상장 진입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으며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올 하반기 코스닥 시장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즈맵 의료용 멸균기 ‘스터링크’ [사진=플라즈맵]

 
◆ 쿼드메디슨, 파스처럼 붙이는 ‘마이크로니들’ 개발
일명 ‘붙이는 주사’라고 불리는 마이크로니들은 미세한 크기의 바늘이 달린 패치를 피부에 붙여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날카로운 주삿바늘이나 삼키기 어려운 알약으로 거부감을 느꼈던 환자들의 편의를 개선했다. 또 상온에서의 보관·유통이 가능하다. 전문 의료진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니들은 생산 공정상 약물의 손실이 크다. 작은 면적에 균일하게 약물을 코팅하지 못해 함량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의약품 투약 시 가장 중요한 정량 전달이 불가하며 대량생산도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업 쿼드메디슨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기술을 선보이며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2017년 설립된 쿼드메디슨은 세계 최초로 의료기기 및 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기반의 마이크로니들 공정개발과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쿼드메디슨의 의료용 마이크로니들은 손톱 크기 정도의 면적에 1㎜보다 작은 다수의 미세바늘들을 배열시켜 피부를 통해 유효성분을 전달하는 경피약물전달(TDDS) 기술이 적용됐다.
 
쿼드메디슨의 ‘다가 코팅형 마이크로니들’과 ‘즉각 분리형 마이크로니들’ 등의 신기술은 LG화학, 한림제약과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임상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광동제약과 비만치료제 의약품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리센스메디컬, 약품 없이 급속정밀기술로 안구 마취
전 세계적으로 당뇨망막병증을 앓는 당뇨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안질환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통상 안구에 마취 주사를 놓고 눈 안쪽으로 약물을 직접 주사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때 느끼는 공포감이나 눈 충혈, 건조 등의 불편함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창업한 리센스메디컬은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급속정밀냉각 기술을 활용해 안구를 마취하는 기기를 개발했다. 마취기기를 통해 안구를 섭씨 영하 15도로 순간 냉각함과 동시에 동상에는 걸리지 않는 상태로 마취 효과를 내는 ‘무약품 마취 솔루션’을 만들었다.
 
기존 방식의 마취 시간이 10분 내외인 반면 리센스메디컬 방식으로는 마취에 10초, 시술까지 1분이면 가능하다. 리센스메디컬의 안과용 급속 마취 기기는 현재 FDA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원천기술 가운데 유일하게 FDA의 첫 신의료혁신방식 사용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김건호 리센스메디컬 대표는 “미국 법인을 통해 피부용 냉각마취 치료 기기 및 안과용 급속 냉각 마취기기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리센스메디컬은 올해 시리즈C 투자 유치를 통해 350억원을 조달해 145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좋은 기술 빛 보려면 지원 뒷받침돼야”
딥테크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터(육성기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좋은 기술들이 더 빛을 보기 위해서는 시장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술 분야 투자·육성 전문가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반도체 장비 업체 플라즈마트를 창업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MKS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혁신적인 기술 창업가들을 도와줄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낀 이 대표는 이들을 향한 지원과 육성이 지속될 수 있도록 스스로 자본을 조달하고 자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 블루포인트를 설립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사진=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 형태는 아직 물적 지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초기 스타트업의 장기적인 생존·경쟁력,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선배 창업가·산업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블루포인트는 현재 약 230여개의 바이오 의료, 데이터·인공지능, 디지털, 헬스케어와 각종 산업 기술 분야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와 이들의 성장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 ‘2021년 연간 창업기업 동향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술창업은 연 23만건을 달성하며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최근 벤처창업 활성화 흐름에 따라 수많은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면서 독보적인 기술을 지닌 창업가라 해도 이 기술이 필요한 잘 맞는 시장과 수요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며 “전문성과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통해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성장 전반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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