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다시 떠오른 '애플카'…대만, 반도체 이어 미래차 공급망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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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5-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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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스카우트가 제시한 애플카 상상도 [사진=VRscout]

한동안 조용했던 ‘애플카’가 재부상하고 있다. 애플카는 지난해 초 현대자동차그룹의 프로젝트 참여설을 시작으로 닛산, 폭스바겐, 포르쉐, BMW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까지 지목됐지만 모두 불발로 돌아갔다. 애플 내부에서도 애플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나온 터다.

그러나 최근 대만 언론은 폭스콘이 애플카를 위탁생산하고 2024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의 최대 위탁제조사로 애플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애플카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등 대만 산업계의 핵심 업체들이 애플카 제작에 총동원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부상한 애플카, 폭스콘 위탁생산에 최고급형 모델만

이달 대만 언론 징지르바오(經濟日報)는 애플이 홍하이그룹의 폭스콘에게 애플카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양사의 애플카 협력을 발표하는 시기는 빠르면 2024년, 늦으면 2025년이라는 예측이다.

일반 대중 모델이 아닌 최상위급 모델만 출시하며, 가격은 최소 10만 달러(약 1억2700만원)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차별화 요인으로는 금속 소재 티타늄 합금 사용부터 iOS(아이폰 운영체제)를 통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다. 
 

폭스콘은 지난해 전기차 브랜드 '폭스트론'을 선보이며 내년 양산 예정인 주요 모델들을 공개했다. [사진=폭스콘 유튜브 갈무리]

폭스콘은 지난해 전기차 브랜드 ‘폭스트론’을 발표하고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전기 세단 ‘모델 E’, 전기 SUV ‘모델 C’, 전기버스 ‘모델 T’ 등 3종을 공개했으며, 미국 전기차 업체인 로즈타운 모터스의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인프라 조성에 분주하다.

폭스콘은 해당 모델들의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2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대만 남부 가오슝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핵심 소재 공급망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앞서 폭스콘의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는 100여곳의 일본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 2200곳 이상의 기업이 참여할 정도로 크게 주목받았다.

특히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 TSMC의 행보가 애플카 탄생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애플은 TSMC의 최대 고객으로 지난해 TSMC 매출의 25.4%를 차지하는 ‘수퍼갑’이다. 2위 AMD가 9.2%, 3위 미디어텍이 8.2%에 그쳐 2‧3위를 합쳐도 17.4%에 머물고 있다.

최근 애플이 M1에 이은 차세대 반도체 M2를 TSMC의 4나노 공정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예측부터 M2 프로와 M2 맥스는 TSMC 3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는 첫 번째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애플의 주문에 TSMC가 즉각 반응하는 모습이다. 향후 애플카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른다면 애플이 TSMC에게 자율주행과 관련한 고성능 반도체 주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바나라마의 애플카 상상도 [사진=vanamara]

◆애플카가 무서운 이유, iOS 생태계 연결성

애플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애플이 가진 막강한 iOS 파괴력 때문이다. 아이폰을 필두로 아이패드, 맥북, 애플워치, 에어팟 등의 주요 제품부터 애플뮤직, 애플TV+, 애플아케이드(게임)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까지 iOS로 묶고 있다. 

iOS 생태계 안에서 동일한 사용자경험(UX)을 주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시너지 파급력이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페이, 애플카드 등의 금융 서비스도 잇따라 선보여 iOS 영향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차후 iOS 생태계에 가전제품까지 끌어들일 것으로 보여 애플카가 출시된다면 그야말로 iOS 생태계의 ‘끝판왕’으로 등극하는 셈이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수준에 이른다면 차량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요소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에 iOS 생태계를 고스란히 안고 가는 애플카의 등장은 완성차 업계에게 실로 경악스러운 대상이다. 

그나마 완성차 업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은 지난해부터 애플카 프로젝트가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애플카 프로젝트에 합류한 핵심 인력의 퇴사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어 최악의 경우 2028년에 이르러야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에는 테슬라 자율주행 보조 소프트웨어인 오토파일럿 개발 책임자로 있다가 지난해 8월 애플에 입사한 크리스토퍼 무어가 회사를 떠났다. 인공지능(AI) 담당 임원으로 애플카 프로젝트에 합류한 이언 굿펠로우도 구글(알파벳) AI 자회사인 딥마인드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2월에는 레이더 시스템 개발 수석 엔지니어였던 에릭 로저스와 배터리 시스템 그룹의 엔지니어링 매니저인 알렉스 클래러벗,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매니저였던 스티븐 스피테리가 각각 애플을 떠나는 등 프로젝트 완수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바나라마의 애플카 실내 디자인 상상도 [사진=vanamara]

◆대만, 공급망 가치사슬 재편 흐름에 자국 이익 극대화

만약 폭스콘이 애플카 위탁생산을 확정 짓는다면 대만은 단숨에 완성차 신흥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애플카 출시만으로 연간 최소 50만대의 기대 수요가 예상돼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가 대단위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만의 자동차 산업은 일본 브랜드 중심의 위탁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간 25만대 정도의 생산량을 보이며, 대부분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차량을 위탁생산한다. 유롱모터(Yulon Motor)는 일본 닛산 제품 외에 자체 브랜드 일부를 소화하고 있고, 산양모터(Sanyang Motor)는 일본 브랜드 외 현대차 1만대 안팎의 물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한 완성차 대부분은 수출 물량이다. 내수 시장은 일본 차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다품종 소량 생산의 유연한 생산체계를 앞세워 부품 산업의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대만의 푸톈전기가 테슬라 차량모터를 대량 수주하면서 모터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바 있다.

대만 정부의 지원사격이 더해지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대만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 우위를 발판으로 전기차 산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2010년부터 전기차와 관련한 세부 정책을 수립하고 전기차 부품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TSMC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의 키를 쥘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다양한 투자유치 전략도 전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가 완성차 위주의 독립적 생산체계를 갖췄다면, 대만은 전 세계 기업의 공급사슬에 편입해 부품 산업에 주력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단순 비교로만 보면 지금까지는 우리가 월등히 앞선 성과를 냈지만, 완성차 산업이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하면서 대만의 숨겨진 잠재력이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 가치사슬이 새롭게 꾸려지는 중대한 시기에 대만은 미·중 갈등 양상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실리를 취하고 있다”면서 “차후 미국의 행보에 따라 대만이 반도체를 앞세워 전기차 공급망 핵심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기에 우리도 이를 대비하는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 [사진=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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