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위가 공정위에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7일 인수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공정위에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보고했다.
인수위는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및 증권범죄 수사 처벌을 위해 공정위에 특사경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법무부 보고를 검토하고 있다. 시세 조종 행위 등 전형적인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행위에 준해 법률을 엄격히 적용하고 범죄 수익 환수도 철저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정거래 사건이 불법 공매도나 자본시장 교란행위처럼 불법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쟁제한성 등 다양한 경쟁법적 요건을 따져야 하는 공정거래 사안 특성상 형사 처벌을 전제로 하는 특사경 도입은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특사경이란 전문 분야의 행정공무원에게 단속·수사권을 주는 제도다. 특사경제도는 1956년 1월 1일 법률 제380호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창설됐다. 이후 무려 50차례 이상 개정을 통해 특별사법경찰 및 그 직무범위가 확대됐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0에 따르면 삼림·해사·전매·세무·군수사기관·그 밖에 특별한 사항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특별사법경찰관리와 그 직무의 범위를 법률로 정한다. 또한 특수사법경찰관은 검찰의 지휘를 받는다.
특사경은 수사권 제한이 없는 경찰공무원·검찰수사관과는 달리 특별한 사항에 한정된 수사권을 갖는다.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사법경찰관리로는 직무수행에 어려움이 있어 업무 효율성을 위해 전문적 지식을 보유한 행정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수사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일반사법경찰관리의 수사권이 미치기 어려운 철도·환경·위생·산림·해사·전매·세무·교도소 등 특정 지역과 조세·마약·관세사범 등을 수사할 경우 특사경에게 수사권을 위임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현재 관세청·금융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특허청 등 중앙행정기관과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특사경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최근 특사경을 설치한 기관은 금융위원회다. 지난달 31일 금융위는 자본시장조사단 내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 수사부서(금융위 특사경)를 새로 출범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금융위가 발표한 자본시장특사경의 직무범위 및 규모 확대 등 자본시장특사경 개편방안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 특사경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통보하거나 증선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트랙) 사건 중 검사의 지휘를 거쳐 특사경에 배정된 사건을 우선 수사한다.

법무부와 검찰이 '특사경' 도입을 놓고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사진=아주경제 DB]
현재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갖고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한 고발권을 독점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일반 시민, 주주 등이 고발권을 남용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공정위가 대기업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전속고발권을 악용한 ‘대기업 봐주기’라는 논란이 일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초기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지만, 이후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2020년 12월 9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유지됐다.
공정위는 특사경 도입이 검찰의 힘을 비대화하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수사권을 갖게 되는 공정위의 힘이 더 세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사경이 검찰의 지휘를 받기 때문이다.
한편 공정위 특사경 도입은 윤석열 당선인이 강조해온 ‘친기업’ 행보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속고발권이 검찰의 형사처벌 남용을 막는 장치가 될 수 있는데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검찰에 모두 보고가 이뤄져 공정위의 독립적인 행정 판단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친기업 행보를 보이던 윤 당선인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도 나오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기업은 좋아지고 기업인은 괴로울 것"이라는 농반진반의 얘기가 대선 이후 법조와 재계 주변에서 돌고 있다. 만약 '공정위 특사경'이 도입되면 검찰의 지시를 받는 특사경 특성상 검찰의 기업 대상 조사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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