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포괄적 경제안보통상 구현을 위한 새 정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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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2-03-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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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이 논의되는 가운데 통상교섭기능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지고 있는 통상기능을 이전처럼 외교부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주장과 산업과 통상이 융합되어 있는 현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미국처럼 독립된 통상부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어느 주장이나 나름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 없고, 결국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럴 땐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통상정책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새 정부의 통상이 안보를 토대로 상품이 아닌 서비스와 지재권 등 무형의 자산과 디지털 무역을 중심으로 노동과 인권, 환경 등의 이슈가 융합된 말 그대로 ‘포괄적(comprehensive trade) 경제안보통상’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될 것이다.
 
먼저 앞으로의 통상이 국가안보와 깊이 연계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최첨단 기술이나 서비스가 곧바로 첨단무기나 방어체계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중국 수출통제나 중국계 기업의 투자심사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본도 성격이 유사한 경제안전보장정책실을 가동 중이며, 우리나라도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두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안보가 확보되지 않는 경제통상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이 기저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아시아지역에서의 통상은 불가피하게 미․중 패권경쟁과 직접 연결되어 우리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도 그중 하나다.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고려해야 하지만 안보 관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안보만을 강조할 수도 없다. 결국 경제와 안보가 균형을 이룬 조화가 중요하다.
 
향후 전 세계가 디지털 경제로 급속히 전환되는 가운데 서비스, 특히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지식재산권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켜 줄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 특히 지재권은 향후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존재 가치를 높여줄 고부가가치 첨단기술의 개발과 보호를 위한 핵심 수단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존 상품 중심의 관세인하가 통상의 대세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 서비스와 디지털, 첨단기술과 노하우 등 무형의 자산과 공정한 경쟁 환경, 노동 및 기후변화를 고려한 그린통상 등 규범과 제도가 통상의 핵심인 신통상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토대로 관계 부처가 협력하여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한 통상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통상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부처 제각각 자기 전문성을 내세워 협력은 말뿐이다. 부처 간 중요한 협상자료나 정보의 공유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해진 현실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부처 간 이해 조정의 역할을 포기한 지도 오래되었다. 어쩌면 통상기능을 옮길 때부터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농업과 수산업의 문제를, 서비스와 노동, 환경문제를 제조업의 이해에 묶일 수밖에 없는 부처가 조정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체제였기 때문이다. 농수산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제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서비스 일반은 기획재정부, 금융서비스는 금융위원회, 방송은 방송통신위, 디지털과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게다가 공정경쟁은 공정거래위원회, 노동과 인권은 노동부, 환경과 기후변화는 환경부 등 통상 관련 각 부처들이 자기들의 이기주의를 전문성으로 포장한 지도 오래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독립적인 통상부처를 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독립형 통상부처는 근본적으로 안보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아 실상 경제와 안보가 분리된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안보통상이 핵심인 앞으로의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한 해법이 될 수도 없다. 이는 경제통상안보에 관한 한 대표적인 독립형 통상부처인 미 무역대표부(USTR)의 권한과 기능이 점차 약화되고, 백악관의 국가안보실과 국무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아울러 부처 간 이해를 조정하기 위한 강력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한 독립형 통상부처 역시 부처 이기주의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앞으로 대외통상환경의 변화와 국내 통상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포괄적 경제안보통상을 주도하면서 부처의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산업계와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부처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그보다는 산업부서는 그 산업에 정통한 이점을 활용해 해당 산업의 발전을 위한 산업정책과 전략의 수립에 매진하고, 통상부서는 경제와 안보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대외정책의 시각에서 산업정책이 문제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문제의 핵심은 포괄적 경제안보통상시대에 경제와 안보의 균형을 잡고, 동시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산업간 다양한 이해관계를 국익의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통합․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기능 확립이 통상 거버넌스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기대한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관세청 자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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