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소 2396개사, 국민연금 수탁지침 방향 따라 소송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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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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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263개사에서 사정권 9배 확대

  • 영세한 비상장 자회사도 소송 위협

  • 재계 "기업경영에 과도한 리스크"

국민연금이 결정하는 내부 수탁지침 방향에 따라 최소 2396개에 이르는 국내 기업이 주주대표소송에 휘말릴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이 모회사에 투자한다면 영세한 비상장 자회사도 소송 위협에 시달려야 할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기업경영 활동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과도한 리스크라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아주경제가 국민연금이 2020년 말 기준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모회사) 617개사를 분석한 결과, 모회사가 지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손자회사 포함)는 최소 1779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국민연금의 수탁지침 개정안에 따라 소송 위협에 노출될 수 있는 기업 숫자다. 재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과 이들 상장기업이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 등에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수탁지침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경우 상장사 617개사와 해당 상장사의 자회사 1779개사 등 총 2396개사가 언제든 소송에 휘말릴 수 있게 된다. 이는 해외법인이나 비상장 자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등을 제외한 최소 규모다. 만약 이들도 포함된다면 3000여개 규모로 소송 대상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최소 규모라 가정하더라도 현재 지분율 5% 이상 보유한 기업 263개사를 대상으로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국민연금이 압박할 수 있는 기업의 수가 9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자료=국민연금, 각 상장사]

문제는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자회사 1779개사 중 대부분이 총자산 50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 상당수가 총자산 100억원 미만인 영세기업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모회사의 지분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소송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당황스럽기는 모회사도 마찬가지다. 상장기업이라 여러 사업·환경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모회사와 달리 자회사는 이 같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자회사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모회사도 함께 국민연금이 시작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자국 비상장 중소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기업경영 활동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국민연금이 제기한 소송에 휘말리는 기업은 극도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지난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7개 경제단체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에 대한 중요사항은 내부에서 정하는 수탁지침이 아닌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 경총과 한국상장사협의회는 20일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이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져본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2000여개가 넘는 기업에 갑작스레 소송 리스크를 짊어지게 하는 것이 과연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행위인지 묻고 싶다"며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위협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주대표소송은 현실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소액주주들이 일정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모아 집단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뜻한다. 상장사의 경우 전체 주식의 0.01%, 비상장사의 경우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일반 투자자와 성격이 다른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상대로만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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