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보단 경험" 유통가 리셀 시장 급부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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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2-01-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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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당근마켓]

중고거래(리셀) 시장이 단순히 물물교환하던 수준을 넘어 주요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유통업계가 리셀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중고의류 판매업체 스레드업(thredUP)에 따르면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는 지난해 280억 달러(약 33조원)에서 오는 2025년 640억 달러(약 76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를 2008년 4조원에서 2020년 20조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비 큰손으로 떠오른 MZ(밀레니엄+Z세대)를 중심으로 제품을 ‘소유’ 개념이 아닌 ‘경험’에 가치를 둔 소비 행태가 나타나면서 덩달아 제품을 되파는 ‘리셀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명품이나 한정판 신발이나 의류 등을 소유하는 것보다 구입하고 경험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명품이나 한정판 신발 등을 구입하면서 얻는 차별화된 경험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또한 구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렵게 구입한 제품에 웃돈을 얹어 되팔면서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니커즈 리셀…‘저위험 고수익’ 재테크로 급부상
희소성 높은 한정판 신발을 온라인 응모 방식으로 구매해 되파는 ‘스니커즈 리셀’이 하루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수익을 내면서 재테크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리셀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리셀 테크’라는 말까지 등장했는데, 리셀테크는 주식과 코인, 부동산에 비해 소액으로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고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 점유율 1위인 ‘크림’은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2020년 3월 독립해 초기 스니커즈 리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출시 이후 매월 거래액이 전월 대비 평균 121% 성장하고 있으며, 1년 만에 누적 거래액 2700억원을 기록했고, 누적 회원 수 190만명을 돌파했다.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크림 [사진=네이버]

소유보단 경험을 중시하는 Z세대가 크림의 리셀 마켓을 이끌고 있으며, 높은 구매력을 가진 30대 남성도 급속도로 회원 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크림 전체 사용자 중 2030대 남성이 주 고객층으로, 이들 비율은 전체의 56.1%에 달한다.
 
무신사가 지난해 7월 선보인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솔드아웃은 840만 회원을 보유한 무신사 스토어와 시너지를 내면서 리셀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2만회를 돌파했으며, 월평균 1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아웃오브 스탁’은 2중 검수 시스템으로 가품률 0%를 자랑하며, 최근 중고거래 서비스를 도입해 판매자 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9월에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해 ‘옴니채널 마케팅’을 시작했다.
 
매년 치솟는 명품 가격에 전문 리셀러까지 등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분출되는 보복소비 타깃이 명품으로 향하면서 명품 시장이 급성장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명품을 중고로 구매하거나 새 제품을 사서 일정 기간만 사용하고 되파는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명품 중고 거래가 활발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2조2100억원에서 2020년 14조9964억원으로 22% 늘었다. 유통업계에서는 명품 리셀 시장이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5년에는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명품 중고 소비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등 주요 명품의 잦은 가격 인상에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매년 수차례 가격을 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할 때 구입해서 비싸게 되파는 리셀러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온라인 등 비대면 쇼핑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가 명품 소비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명품 플랫폼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명품 구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점도 명품 플랫폼 성장에 기여했다.
 
명품 플랫폼 주요 3사인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은 지난해 각각 3500억원, 3000억원, 3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3사 합산 거래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업계 1위 머스트잇은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는 세계 3대 중고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했고, 서울 종로구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프랑스 회사로 유럽에서 명품 중고거래 1위 기업이다.
 
당근마켓‧번개장터 ‘중고 플랫폼’ 전성기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 1위인 당근마켓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성장했다. 감염병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사고파는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생겨나면서다.
 
2015년 ‘당신의 근처의 마켓’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인근 지역 3~4km 이내에서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해 중고거래의 가장 큰 문제인 사기 위험을 줄이고자 했다. 당근마켓의 누적 회원 수 22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12월 기준 월평균 방문자 수는 1600만명을 기록했다. 당근마켓은 올해 8월 국내외에서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 3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근마켓이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기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온‧오프라인에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2010년 국내 최초 모바일 중고거래 서비스를 선보인 번개장터는 최근 MZ세대를 타깃으로 체험형 리셀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역삼 더 샵스 앳 센터필드에 위치한 브그즈트 컬렉션. [사진=번개장터]

번개장터는 올해 2월 더현대서울에 ‘브그즈트 랩’ 1호점을 열고 컬래버레이션 한정판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이후 스타필드 코엑스점에 문을 연 ‘브그즈트 랩’ 2호점은 ‘조던1에 대한 모든 것’을 주제로 꾸며졌고, 3호점은 신세계 프라퍼티와 역삼 더 샵스 앳 센터필드에 ‘명품’을 주제로 매장을 열었다.
 
번개장터는 2019년 연간 거래액 1조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거래 건수도 매년 증가해 올해 3분기 누적 거래 건수가 1200만건을 넘겼다. 가입자 수는 1600만명을 넘어서며, 당근마켓, 중고나라와 함께 중고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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