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선정 2021 주요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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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기자
입력 2021-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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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담합사건 대표이사 책임 첫 판결...이사 등의 준법경영 책임 강화 판결 잇따라 = 기업 담합행위에 대한 대표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7일 소수주주 오 모씨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상대로 낸 회사에 관한 소송을 파기환송했다.
 
회사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업 성격 및 관련 규정 등에 비춰 가격담합행위의 높은 법적 위험이 있음에도 이와 관련된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고 이로써 지속적·조직적으로 발생한 담합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9월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경제개혁연대와 대우건설 주주들이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관련 감시의무 위반을 이유로 서종욱 전 대우건설 대표와 사내·외 등기이사 등 10명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 사건에서 서 전 대표에게만 직무감시의무 위반 책임을 물었던 1심보다 더 나아가 준법감시 책임을 모든 사내·외 등기 이사들로 확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코로나로 매출 90% 감소...법원 "임대차계약 해지 가능"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90% 넘게 감소한 것은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유'에 해당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지난 6월 2일 의류와 액세서리 도소매 업체 A사가 부동산 관리회사인 B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음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19년 5월 B사와 서울 명동의 20평 규모 상가 건물 1층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가 1년여 만인 이듬해 6월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B사에 통보했다. 계약 만료일인 2022년 5월까지 2년이 남아있었다.
 
A사가 내세운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이 90% 이상 감소했다는 것이다. 양측이 맺은 임대차계약에는 '화재·홍수·폭동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90일 이상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30일 전 서면 통지 후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다.
 
B사는 천재지변으로 건물이 망가진 것이 아닌 만큼 계약 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고, 결국 A사는 2020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90% 넘게 감소한 것은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불가항력적 사유로 90일 이상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에 해당한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계약해지 조항이 없더라도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던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했고 이는 계약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며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내연녀 집서 바람피운 불륜남…대법 "주거침입 아냐" = 유부녀 집에서 내연남이 바람을 피웠다고 해도 주거침입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 9월 9일 불륜녀 집에서 바람을 피웠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내연 관계인 유부녀 B씨의 동의 아래 남편이 없는 틈을 타 B씨의 집에 3차례 들어가 바람을 피운 사실이 드러나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공동거주자인 B씨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집에 들어갔다면 부재중인 B씨 남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주거침입죄의 보호 법익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려면 집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B씨의 이런 평온 상태가 깨져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단순히 B씨가 A씨의 출입을 반대할 것이라는 추정만으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같은 취지로 이전 판례들을 모두 변경했다.
 
부재 중인 다른 공동주거자가 반대할 것이라는 '추정'으로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판례가 변경된 것은 37년 만이다.
 
◆ "여성으로 판단했어야"…법원, 고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 = 성전환수술 논란 끝에 강제전역 처분을 받은 뒤 돌연 극단적 선택을 한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숨진 뒤에야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오영표)는 지난 10월 7일 변 전 하사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역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심리한 끝에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크게 성전환 수술을 통한 성별전환이 허용되는 점, 변 전 하사의 수술 후 성별을 여성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수술 후 상태를 당시 군이 알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군은 변 전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심신장애 3급으로 판단해 전역하도록 했지만, 재판부는 남성이 아닌 수술 후 여성을 기준으로 봤을 때 변 전 하사의 상태는 군인사법이 정하는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남성으로 입대해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이 된 경우 현역복무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군의 특수성과 성소수자 기본 인권,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차원에서 정책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여지를 뒀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역처분 사유 자체는 심신장애로 인한 전역인 바, 수술 후 상태를 여성 기준으로 본다면 처분 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유가 부적절하므로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 유우성씨 대북송금 공소기각 확정…공소권 남용 인정 첫 사례 = '간첩 증거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과거 기소유예 처분했던 불법 대북 송금 혐의로 뒤늦게 기소한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0월 14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공소기각으로 판결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이 확정된 최초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유씨는 2005∼2009년 총 25억원을 북한에 불법으로 송금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서울동부지검은 2010년 3월 유씨의 대북 송금 혐의를 수사했다가 유씨의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초범인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5월 이미 기소유예 처분했던 대북 송금 혐의로 뒤늦게 유씨를 기소했다. 이는 유씨가 2013년 별도의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가 국정원의 증거 조작이 드러나 재판에 관여한 검사들도 징계를 받은 이후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 중 4명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지적했으나 재판부는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과거의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할 사정이 없었던 점에 비춰볼 때 검찰의 공소 제기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공소기각으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검사가 이 사건을 기소한 것은 통상적이거나 적정한 소추 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려운 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이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한 기소는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이므로 이 부분 공소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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