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송혜미 변호사]
대체 왜 이별은 이렇게 무서운 일이 된 것일까?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부쩍 늘어나 2009년에는 애인이나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70명, 살인미수에 그친 경우는 7명, 피해 여성의 부모나 친구 등 무고한 지인이 살해당한 경우가 16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각각 91명, 95명, 50명(사망 23명, 중상 27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2015년에 살해된 여성 중 37명은 이별로 인한 살인이었다. 이에 더해 최근으로 오면 이 숫자는 더 증가한다. 2016년부터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숫자는 열흘에 한명 꼴이라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9,364건이었던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5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2021년 7월까지 24,481건으로 상반기에만 2020년 전체 신고 건수를 뛰어넘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는 데이트폭력은 그 수위도 점점 잔혹하게 진화하고 있다.
데이트폭력은 신고할 정도가 되면,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학대 행위가 이미 벌어진 경우가 많다. 친밀한 사이이고, 교제한 사람이기 때문에 신고를 쉽게 하지 않고, 신고를 결심하기까지 긴 시간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고를 해도 피해자를 기다리는 것은 가해자의 집요한 연락이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달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며 신고를 취하하라고 강요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하는 말이 있다.
“한 번만 만나주면 더는 내가 너를 괴롭히지 않을게.”
이 말에 속은 피해자는 가해를 만나러 가서 그날 목숨을 잃거나, 학대 행위를 당하게 된다. 피해자는 정말 간절히 가해자와의 분리를 원해서 만나러 간 것인데, 이 만남은 수사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왜 제 발로 그렇게 무섭다는 가해자를 만났냐는 것이 문제가 된다.
우리는 좀 더 피해자가 극도의 불안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피해자가 어떠한 안전장치로도 보호받지 못한 채 가해자와의 분리를 몸부림치며 원하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며, 제도적으로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친밀한 사이였던 사람들 사이의 일어나는 범죄가 얼마나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법을 적용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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