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異義있습니다] 수사보다 정치에 소질있는 검찰, 그쪽으로 가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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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아주로앤피 편집국장
입력 2021-11-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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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정당 만들게 도와주고, 빈자리엔 기소청-수사청 신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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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아들 퇴직금 50억 의혹' 곽상도 자택 압수수색 종료 (서울=연합뉴스)


“겨우 이걸 내놓으려고 그 난리를 쳤나?”
“곽상도는 어디갔나? 박영수는 왜 안보이나? 50억 클럽은?”
어제(22일) 대장동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직후,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네티즌 반응이다. 지지정파에 따라 ‘왜 수사를 하지 않았나’라며 눈을 흘겨보는 대상은 조금씩 달랐지만 수사가 부실하여 실망스럽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듯했다.
 
검찰은 억울할지 모르겠다. 부족한 면이 있다해도 어디까지나 중간수사결과인데, 최종결론도 아닌 것을 두고 너무 닦달하는 것이 아니냐고 입이 툭튀어 나온채 삐죽거릴런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수사를 통해 얼마든 보완해 나갈 것이니 걱정 말라고 큰 소리 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중간수사결과’가 최종결과나 다름없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안다. 구속기소된 남욱과 김만배(이상 구속)과 정영학 등 이른바 대장동 핵심 3인방이 모두 기소됐고, 그에 앞서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유동규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다.
 
형사소송법상 기소가 되면 피고인들에 대한 강제수사는 불법이다. 보강수사를 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마저 ‘강제력’이 동원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할 없다. 특히,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나 피고인 측 증인에 대한 수사 등은 법정 밖에서는 불가능하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니까 일단 기소가 되면 수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할수 있는 대부분이 끝났다. 그래서 말이 중간수사결과이지 최종수사결과라고 말하는 단정하는 것이다. 주범들이 모두 강제수사를 할 수 없는 곳으로 나와 버렸는데 수사는 무슨...
 
그런데, 지금 단계의 검찰 수사는 솔직히 엉망이다. 이게 수사인가 싶을 정도다. 분명 엉청나게 큰돈을 들여 땅을 사고 공사를 한... 한마디로 돈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벌어진 범죄인데 돈의 출처나 흐름을 조사 안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라는게 '대장동 3인방'인지 '5인방'인지를 잡아 놓고 대질을 하거나 원하는 답이 나올때까지 추궁했다는 것 뿐이다. 그 말 많던 '50억 클럽'도 수사는 커녕 통장 껍데기도 처다보지 않은 모양이다. 

이게 수사인지 고을 원님 문초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수사 막바지에 가서야 않을까 하나은행과 곽상도 前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던 모양인데, 그마저 분석조차 하기 전에 수사를 끝내버리니, 이건 또 뭔지 싶어진다. 수사도 다 때가 있어서 묵히고 익혀야 한다고 누군가가 말하긴 했는데, 그래서 압수수색물로 장이라도 담그겠단 건지 자못 궁금해진다. 
 
문제는 이 와중에서도 ‘대장동 자금 일부가 이재명 후보에게 선거자금으로 흘러갔네 어쩌네’하는 검찰발인 듯, 검찰발이 아닌, 검찰발 같은 기사가 나왔다는 점이다. 친검/친윤석열 언론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조○일보과 문○일보가 선봉에 섰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수사팀에서 흘려주지 않았다면 들을 수 없는 매우 디테일한 내용이 담겼다.
 
너무 디테일이 살아있다보니 기사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검찰의 의도가 목적이 살아 숨쉬는 것 같고, 전체적으로 검찰의 프레임이 기사의 제목과 소제목을 통해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매우 ‘수준 높은 표현력’을 가진 보도가 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시기상으로도 그렇고 내용상으로도 그러한데, 특히나 정치민감성-선거인화성 소재라 불길이 쉽게 일것이란 걸 알면서도 공개적인 장소에 던져 놓았다는 것부터가 정치적 의미가 가득한 행보로 해석이 될 수 있겠다.
 
이제보니 검찰의 효용가치는 정치에서 찾아야 되겠다. 수사분야에서는 장을 담그는지 뭘을 하는지 시간만 끄는데, 선거나 정치에 관해서는 대체도 빠르고 꽤 쓸만한 물건을 내놓은 것 보면 그게 맞겠다. 사람이든 기관이든 잘하는 것을 하게 해야 하지 않겠나. 검찰은 수사를 못하고 정치를 잘하니 수사권은 빼앗고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겠다. 검찰의 빈자리엔 기소청과 수사청을 채우고, 검찰은 검찰정당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 줬으면 한다.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행복하다. 검찰도 그렇다. 

[사진=로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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