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헬름' 승인에 활짝 열린 치매 치료제 시장…국내 신약 개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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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입력 2021-07-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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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두헬름, 승인 논란 속 의외로 매출 적어...일동제약 등 국내 제약업체 개발 가속화

[사진=AP통신]

[데일리동방]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활짝 열렸다. 미 FDA는 지난 6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지난 2003년 메만틴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특히 아두헬름은 병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이면서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불용성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뇌 조직 내에서 제거한다. 질환의 원인 자체를 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단순히 알츠하이머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는데 그쳤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전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다. 무려 150여개 가까운 치료제가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임상에서 쓴맛을 봤다.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1993년 FDA 승인을 받은 '타크린’이다. 이는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해 치매 진행을 늦추는 원리의 치료제이지만 간 독성 부작용이 많아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1996년 일본 에자이에서 타크린의 간 독성 부작용과 낮은 반응률을 개선한 '도네페질'이라는 약제를 개발하고 FDA의 승인을 받았다. 지금도 치매치료제하면 이 제품을 떠올릴 정도로 대표적인 치료제다.

이후 노바티스의 ‘리바스티그민’, 얀센의 ‘갈란타민’ 등을 거쳐 룬드벡에서 만든 '메만틴'이 FDA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5번째 치료제가 됐다. 특히 이 치료제는 NMDA 수용체 활성화를 막아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원리를 적용한 치료제이기도 하다.

이 치료제를 마지막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다가 18년 만에 아두헬름이 등장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김승민 연구원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의약품 출시는 곧 바이오 사이클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벌 1위 미국 시장은 그동안 치료제가 없던 알츠하이머 신약이 출시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알츠하이머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상당히 높은 질환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5000만명이며 2030년엔 7400만명, 2050년엔 1억5000만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의 알츠하이머로 인한 연간 사망률 역시 증가 추세이며 알츠하이머로 인한 비용 부담도 연간 6000억 달러 이상이다.

하지만 의외로 아두헬름의 매출은 그리 높지 않다. 바이오젠의 실적발표에 따르면 아두헬름은 지난 2분기 200만달러(약 23억원)의 첫 매출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이지만 지난 6월 7일 FDA 판매허가를 받았기에 실질적으로는 약 3주간 매출기록인 셈이다. 얼핏 높아 보이지만 1회 투약 가격이 4312달러(약 48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시장 반응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아두헬름 승인을 둘러싼 논란과도 관련이 있다. 당시 FDA 자문위원회는 "이 약물이 승인에 필요한 약효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만장일치로 반대 입장을 냈다. 그럼에도 FDA가 승인을 내자, FDA 자문위원 3명이 항의하는 의미로 사임했다.

실제로 아두헬름은 앞서 한 번의 임상은 실패하고 또 다른 임상에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력과 인지력에 도움이 된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죽어가던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 활력을 주고자 FDA가 반전 결과를 냈다고도 보고 있다.

급기야 자넷 우드콕 FDA 국장대행은 FDA 약물평가센터(CDER)와 바이오젠 사이의 유착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보건부 감찰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미국 국회 하원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아두헬름 승인 및 가격 책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사진=일동제약]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약 바이오 업체들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자사의 신약 후보물질 'GV1001'을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뇌 내 무너진 면역 체계를 개선하는 것까지 목표로 한다.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국내 12개 병원에서 실시한 임상 2상 결과, 도네페질을 복용한 환자보다 중증장애점수가 7.1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네페질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가운데 가장 많이 처방되는 성분이다.

지난 1월 식약처에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306명을 대상으로 한 GV1001 임상 3상을 신청했지만 식약처는 임상 환자 숫자 부족을 이유로 임상신청을 반려했다. 그러자 지난달 임상 3상 환자 숫자를 936명으로 늘린 뒤 임상을 재신청했다.

젬백스앤카엘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진행과정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부산물이 배출되지 못하고 뭉쳐지는데 GV1001은 이를 단순히 제거하는게 아니라 근원적으로 생성되지 않도록 한다”며 “항염작용과 세포보호 등을 통해 뇌부종 등에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임상 2상 6개월 연장시험을 최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구용 치료제인 AR1001의 임상 2상은 미국에서 210명의 경증·중등증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저용량군 △고용량군 △위약군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6개월간 실시했으며, 이후 모든 환자들이 임상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6개월간 AR1001을 추가로 복용했다.

그 결과 환자의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1차 유효성 지표에서 저농도 투여군과 고농도 투여군 모두 인지기능이 향상됐다.

12개월 연장시험 결과는 오는 11월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되는 제14회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아이큐어는 붙이는 도네페질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임상 3상을 끝냈고 미국 임상 1상은 4월에 승인받았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임상 1상 결과만으로 FDA 승인을 품목 허가를 받아 2024년 말이나 2025년 초에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셀트리온과 협업으로 내년에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은 멀구슬나무의 열매인 천련자를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물 신약 'ID1201정'을 알츠하이머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국내 임상 3상 승인은 받았으나 코로나19로 대규모 환자 모집이 어려워 현재는 임상을 중단한 상태다.

최대 난치병으로 꼽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는 향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및 국제 알츠하이머 협회에 따르면 세계 치매 환자 수는 2015년 4678만명에서 2030년 7469만명, 2050년에는 1억3145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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