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항소심 시작... 뜨거운 공방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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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다영 기자
입력 2021-05-1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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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18일 열렸다. 이날 검찰은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와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원심을 깨고 유죄판결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SK케미칼 측은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해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무죄 판결의 타당함을 강조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윤승은)는 18일 오후 4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공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미리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증거조사 방법에 관해 논의하는 절차다.

준비기일의 경우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재판에는 13명 중 3명의 피고인이 직접 참석했다.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1명부터 많게는 5명까지 참석했고, 피해자 대리인은 7명이었다.
 
檢 "실험·조사 결과가 가습기 살균제-폐질환·천식 입증해…" 항소 이유 밝혀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은 기업들이 금전적 이윤만 추구한 나머지 건강을 도외시한 결과 벌어진 사회적 참사"라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증거가 있는데도 1심은 연구 보고서의 일부 문구와 전문가들의 일부 증언만 취사선택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배척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재판부는 1심 판결 당시 "모든 시험과 연구 결과를 종합한 환경부 종합보고서는 흡입독성 실험과 동물실험 역학조사를 통해 CMIT와 MIT 살균제 성분과 폐 질환 천식 유발 악화에 관한 일반적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후 연구를 진행했던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자신들의 연구를 전체 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잘못 해석했다며 무죄 판결에 반발한 바 있다.

이어 검찰은 "동물실험과 역학조사, 전문가의 증언 등에 비춰보면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과 천식의 원인 물질이라는 점이 입증된다"며 “관련 연구 결과 등에 비춰보면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과 천식이 입증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1심의 판단엔 오해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 "검찰이 무리한 기소...검찰 주장 부당해"
변호인 측은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이 사건에서 가습기 살균제는 폐 질환과 인과관계가 확인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의 제품이 아닌 CMIT·MIT이 주성분인데,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는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2012년 2월 질병관리본부 발표와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2017년 9월 검찰의 기소 중지 결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1심에서 4차례 공판준비기일과 46회에 걸친 공판기일 끝에 해당 성분들과 폐 질환 등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매주 1~2회 시험하거나 전문가 증언을 포함해 34명의 증인신문, 10만여 페이지가 넘는 증거를 검토하는 등 심사숙고해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호인은 “1심 재판부는 선고 당시 ‘현재 증거를 바탕으로 법의 원칙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며 “원심 재판부의 진정성에 대해서 근거 없이 비난하거나 폄하하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이를 바라보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심정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항소 제기한) 검사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변호인은 "형사적 책임과는 별개로 피해자 11명 전원에 대한 합의를 마치는 등 피해자 지원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했고 형사적으로 단독 사용 피해자들과는 모두 합의하여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항소심 재판에 참작해달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대리인 측 "과학 언어와 목표·방법론은 법과 달라…피해자 신뢰하는 판결 기대"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측도 발언 기회를 얻었다. 피해자 대리인인 한정화 변호사는 "2011년도 '가습기살균제가 폐 질환의 원인이다'라는 발표 후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CMIT·MIT의 위해성을 밝히기 위해 연구가 10년 동안 이뤄졌고 다양한 실험을 거친 과학적 증거들이 법정에 제출됐다"며 "1심 판결 선고 이후 10여 년 간 전문연구 전문가들의 관련 학회에서 비판적 성명들이 나왔다. 때로는 격분한 논조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항소심 재판부에서 2가지를 이해해줬으면 싶다. 첫 번째는 법정의 인과관계 판단이 '자연과학적으로 증명 불가능한 판단'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CMIT의 위해성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체실험'이다. 하지만 윤리적으로 (인체실험이) 불가능하니 독성·역학·임상병리판정 등의 과학적 연구들을 (대신) 수행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한 변호사는 "두 번째는 과학 언어와 목표·방법론은 법률과 다르다"며 "법원의 판단에 있어 '과학적 언어'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과학의 오류와 실수와 법의 실수는 다르다. (기존의 판단을 뒤집어야 하는) 사법적 오류와 달리 '과학오류'는 과학을 전제로 하기에 과학에서 한계점이 있다고 해서 배척하고 제한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발언은 1심 판결에서 법원이 CMIT·MIT 관련 연구 결과를 판단하는 데 있어 하나하나를 별개로 따질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인과관계'를 판단해 신체 위해성을 판단했어야 한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대리인은 "항소심에서는 전문가들과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 '업무상 과실치사'는 피해자가 있는 건데 1심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들은 적이 없다. 항소심에서는 피해자의 의견 진술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 변호인들이 서면을 쓸 수 있으니 증인을 신청해 변론 시 피해자 의견 진술을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2차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7월 13일 오후 4시로 예정했다.

앞서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사용된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CMIT·MIT 등의 성분이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명’이 없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동물을 통한 흡입독성 시험 등을 통해 비강 및 후두 등 상기도 염증은 있었지만, 천식이나 폐 질환을 일으켰다고 입증한 시험은 없었다"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더라도 CMIT와 MIT 성분이 천식이나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엔 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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