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추천이사제 무산] ①윤종원 행장의 의도된 결말?…책임 소재 놓고 ‘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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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입력 2021-04-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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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 행장이 제청한 노조 후보, 금융위 반대로 좌초

  • 윤 행장, 사외이사 추천운영위 영향력 ‘절대적’

  • 후보 선정 기준 질문에…사외이사 “모르는 일”

  • 기업銀 “공식 입장 없다”…금융위 “사유 못 밝혀”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좌초된 노조추천 이사제의 책임을 물어 '공수표'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해 출근지 저지에 나선 노조 측 규탄대회 모습. [사진=기업은행 노조 제공/자료사진]

[데일리동방] 현 정부의 ‘실세’로 분류되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조와 약속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무산되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윤 행장이 노조가 추천한 후보 1명을 금융위원회에 제청한 만큼 역할을 다 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노동계는 후보 추천 과정에서부터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윤 행장이 노조를 기만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4명으로 구성된 기업은행 사외이사 자리 중 공석이었던 2명이 모두 사측이 추천한 인사로 채워졌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은행법과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의거해 당행 이사회 운영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은행장 제청과 금융위원회 임면으로 선임된다.

문제는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금융위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데 있다. 노조추천 이사제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 내걸었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노동이사제의 하위 개념이다. 윤 행장 역시 노조와의 사전 대화에서 노조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금융당국에 제청하겠다고 합의한 상태였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 이사회 구성원 중 기존 2명의 임기가 각각 올해 2월과 3월에 만료됨에 따라, 최소 1명의 노조추천 이사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노조는 수개월간 내부 검토 끝에 3명의 후보를 추려 사측에 전달했고, 이사회 운영위를 거쳐 윤 행장은 노조 추천 1명과 사측 추천 3명 등 모두 4명의 후보를 금융위에 제청했다.

금융위 심사를 통과한 후보는 사측 추천을 받아 재임한 김정훈 단국대 행정복지대학원 겸임교수와 신임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2명이다. 결과적으로 2019년 3월 기업은행 노조가 처음 시도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도는 이번 재도전에서도 실패로 끝났다.

◇윤 행장 ‘묵묵부답’…노조 “기만적 행동”

현재 윤 행장은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이 무산된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조추천이사제 이슈와 관련한 윤 행장의 행보는 지난해 1월 취임 당시부터 시작된다. 노조가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출근 저지에 나서자 전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가세해 ‘노사 공동선언’에 힘을 실으며 윤 행장을 지원했다. 그 결과물로 당시 윤 행장은 ‘6대 노사 공동선언’을 통해 노조의 숙원이었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합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업계에서는 유력 인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동이사제의 이전 단계로서 노조추천이사제가 기업은행에서 처음 실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 행장 역시 그동안 구두로 노조 측과 수차례 약속 이행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져 첫 노조추천이사제 시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한 예로, 올해 2월 윤 행장이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의 노동이사제인 ‘근로자추천이사제’와 관련한 우려를 표하자, 노조는 약속 불이행에 대한 반발로 성명을 발표를 준비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윤 행장은 당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에게 유선상으로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을 약속하는 메시지를 재차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윤 행장이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실패한 수출입은행 사례처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수출입은행 사례는 노조추천 후보 1명과 사측 추천 후보 3명이 금융위에 전달돼 끝내 사측이 추천한 후보만 사외이사로 선임된 전례로, 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똑같은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윤 행장이 처음부터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할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조 출신 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라면 단일 후보를 제청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노조와의 약속을 형식적으로만 지키기 위해 노조가 추천한 후보를 ‘끼워 넣기’만 했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노조가 추천한 3명 후보에게 결격사유가 있으면 사전에 알려달라고 사측에 요청했지만 묵살됐다”며 “윤 행장이 노조가 추천한 후보 중 1명만 금융위에 전달한 사실과 이마저도 탈락했다는 소식을 4.7 재보궐선거 직후인 8일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입 행원들과 온라인 소통에 참여한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기업은행 제공/자료사진]

◇사외이사 “내용 모른다”…은행 측 “공식입장 없다”

기업은행 사외이사 선임은 이사회 운영위 추천과 심사로 시작된다. 이후 후보군을 금융위에 제청하면 금융위원장이 승인하는 구조다.

현재 기업은행 운영위는 윤 행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성태 전무이사가 상임으로 명시돼 있다. 이외에도 3명의 사외이사를 포함해 총 5명이 차기 사이외사 후보군을 선정한다. 이번 후보군 선정의 경우 올해 2월 임기가 만료된 김정훈 사외이사는 배제됐다. 사실상 사외이사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윤 행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금융위로부터 거부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가 추천한 3명의 후보 중 1명을 윤 행장이 제청했지만, 금융위는 해당 후보에게 결격사유가 있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윤 행장이 당초 노조가 추천한 후보의 결격 사유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거나, 반대로 자격 미달로 떨어질 것을 알고도 노조와의 조율 없이 금융위에 제청한 셈이 돼 결과적으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 후보의 전문성 등을 적합한 절차에 따라 심사했다. 결격사유를 밝힐 수는 없지만 기업은행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를 선임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한 이사회마저 말을 아끼고 있다. 후보 선정 과정 등을 묻는 질문에 A사외이사는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며 “지금 운동 중이라 답변할 상황이 안 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업은행 역시 사외이사 선임건은 이사회가 판단할 사안이라며 “은행 측 공식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노조 측은 윤 행장의 공식 해명을 요구하며 전국금융노조, 한국노총 등과 연대해 규탄 대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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