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리콜 비용 협상]①현대차가 ‘을’(乙)?...SK·중국산 배터리론 미국수출 길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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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입력 2021-02-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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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수급 구조 문제 품목 공급망 검토 지시...LG엔솔과 협업 지속 불가피

[사진=현대자동차]

[데일리동방] 현대차가 전기차를 앞세워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배터리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리콜 조치에 따른 자금유출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장벽’도 강화되고 있어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4일 코나 전기차(EV) 등 3개 차종 8만1701대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확인돼 리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리콜 예상 비용은 1조원이며 현대차가 전액을 2020년 4분기 회계에 반영한다. 추후 LG에너지솔루션과 협의를 통해 분담률을 정하고 최종 품질비용을 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양사간 비용분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배터리 결함 조사 결과, 배터리 제조불량(내부 열 폭주, 음극탭 접힘)을 강조했다. 또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충전맵 로직 오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셀을, 현대차는 BMS를 각각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화재 원인으로 제시된 분리막 손상 관련 합동 조사단의 모사실험 결과 화재와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다. 당사가 제안한 급속충전로직을 현대차에서 BMS에 잘못 적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차는 리콜 관련 고객 공지를 통해 배터리셀 제조불량을 알렸다. 양사 모두 유리한 입장을 강조한 셈이다.

국토부가 배터리셀 제조 불량에 다소 무게를 실으면서 현대차는 책임 부담을 일부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대차의 수출 전략을 고려하면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수급 구조에 문제가 있는 품목(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에 대한 공급망 검토를 지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생산을 위한 공급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탓이다.

이는 사실상 표면적일뿐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이 중국산 품목을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맹국으로부터 조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미국 공장 설립을 검토했으나 양국간 갈등으로 착공을 하지 못했다. 이틈을 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공장을 지어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영업비밀 유출 소송에서 패소해 미국 시장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 혹은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중국에 수출하기 어려워진다. 삼성SDI 등 여타 선택지가 있지만 결함 원인에 대한 최종확인이 필요하고 LG화학과 배터리 협업을 하고 있는 만큼 공급망을 바로 선회하기란 쉽지 않다.

배터리는 최종 생산까지 수많은 서플라이 체인이 존재하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벤더가 관여하고 있다. 단순 ‘최종’ 공급망 교체로 품질문제를 완벽히 해결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또 배터리 공급 부족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LG화학과 ‘불편한 동행’은 당분간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의 빠른 리콜 조치는 고객에 대한 신뢰 확보에 주효하다”면서도 “전기차 화재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은 B2B 사업구조인 LG에너지솔루션보다 B2C에 주력하는 현대차에 불리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SK이노베이션과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미국 수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차가 배터리 업체에 휘둘리는 형국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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