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해도 이별은 아니다?...㈜LG·신설지주, SK처럼 '한지붕 두가족'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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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입력 2020-11-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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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신설지주, 구본준·송치호 체제…5월 2개 지주사회로 나눠져

  • 분할배경 "사업 관리영역 전문화'…그룹내 다른 역할 해석돼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LG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독립이 확정됐다.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총 5개 회사와 함께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다만 구 고문의 새로운 지주회사가 LG그룹 그늘을 완전히 벗어날지는 미지수다. SK그룹처럼 지분 관계 정리 후에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이어질 수도 있다.

◇LG신설지주, 구본준·송치호 공동대표 체제로

㈜LG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13개 자회사 출자 부문 중 LG상사·실리콘웍스·LG하우시스·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계획을 결의했다. LG신설지주가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LG상사 자회사 국제 물류 기업 ‘판토스’ 등을 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LG신설지주는 새로운 이사진에 의한 독립 경영 체제로 운영된다.

구본준 LG 고문과 송치호 LG상사 고문·박장수 ㈜LG 재경팀 전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며 구 고문과 송 고문이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는다. 사외이사로는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강대형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를 내정했다. 이중 김경석·이지순·정순원 사외이사 내정자는 감사위원을 겸임할 방침이다. 구 고문과 함께할 것으로 예상됐던 하현회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사진에 포함되지 않았다.

2021년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이 승인되면 ㈜LG는 같은 해 5월 1일부터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 ㈜LG신설지주’의 2개 지주회사로 나뉜다.

◇신설지주, SK 사례처럼 그룹 내에 남을 수도

LG의 분할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구 고문의 독립 형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구 고문의 독립 자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지만 완전히 다른 회사로 분리 독립해 떠날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는 달리 LG그룹 내 또 하나의 지주회사 형태로 남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LG는 이번 분할의 배경에 대해 “경쟁 심화와 경영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영역을 더욱 전문화할 수 있는 구조로 조속히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설 지주회사가 LG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룹 내에서 다른 역할을 맡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LG는 이어 “분할 이후 존속회사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LG신설지주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들을 주력기업으로 육성해 각각의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운 동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LG 측의 설명만 보면 신설지주가 LG그룹을 완전히 떠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서 “SK디스커버리가 소지주로 분리돼 그룹 안에 남은 사례가 있는 만큼 LG신설지주의 그룹 잔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K디스커버리는 기존 SK케미칼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1일 인적분할한 존속 지주회사다. SK디스커버리의 경우 현재 최태원 회장이 지분 0.11%를 갖고 있을 뿐 SK지주와는 어떠한 지분 관계도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구분상 SK그룹에 속한다.

SK디스커버리 측은 SK를 떠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SK의 브랜드 가치와 신인도가 엄청난데 이를 버리고 독립한다는 것은 실익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구본준 고문도 이와 같은 생각으로 LG의 이름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재계 일각의 의견이다. 가칭이긴 하지만 회사명도 'LG'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 독립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본준 고문의 아들 형모씨가 경영 수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 신설 지주회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실리콘웍스의 매출 규모가 아직 작다는 점도 신설 지주가 LG와 한 지붕 두 가족을 이룰 수도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구씨家, 그룹에 남은 전례 없어...상황 지켜봐야

다만 LG 구씨 가문의 경우 완전히 독립하지 않고 지주사 형태로 그룹에 남은 전례가 없기에 아직 신설지주의 거취를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LG 고위 관계자는 “5월 인적분할 전까지는 신설지주도 새로운 사명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고문 사이에 특별히 알려진 갈등이 없고,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나빠진 점 등을 고려하면 LG신설지주가 그룹에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일단 인적분할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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