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산 넘은 LG에너지솔루션, 내년 나스닥 상장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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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입력 2020-10-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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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 2023년ㆍ나스낙 2021년 IPO 가능

  • 전기차 화재·SK이노 소송, 걸림돌 될 수도

[사진=LG화학]

[데일리동방]LG화학의 물적분할 계획안이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LG화학이 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지 25년 만이다. 남은 과제는 분할한 배터리 부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의 기업공개. 주주가치 희석 문제를 두고 국민연금 반대가 있었던 만큼 LG에너지솔루션 IPO 흥행이 더욱 중요해졌다. 빠른 상장과 흥행 성공을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LG화학은 오전 9시부터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LG화학의 물적분할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LG화학 전지 사업 부문은 오는 12월 1일 가칭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새로 출범할 예정이다.

◆IPO, 안전하고 확실한 자금확보 방법

신설법인으로 출발하는 LG에너지솔루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자금확보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분할을 강력하게 주장한 이유가 바로 투자를 위한 자금확충이기 때문이다.

LG화학 측은 “전지사업은 많은 투자가 필요한 사업인 만큼 LG화학 100% 지분의 자회사로 분할하게 되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해 적기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들과 격차를 넓혀 확고한 글로벌 1위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150조원에 이르는 수주잔액에 대응하기 위해 LG화학은 배터리 시설 투자에 매년 3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테슬라 등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시장 진출을 예고하면서 전폭적인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분할 후 다양한 자금확보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수단은 IPO다. ‘친환경’이 전 세계를 잇는 기조인데다 글로벌 2차 전지 1등 기록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에 있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금 확보 방안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자산은 약 10조원. 자본금은 1000억원이며 준비금은 5조8582억원, 부채는 약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발행할 주식 총수는 8억주다. 투자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하반기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상장 후 신주 발행 시 10조원 이상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IPO, '얼마나' 흥행에 관심

SK증권에 따르면 현재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가치는 40조~5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2021년 상장을 목표한 기업 중 최대 규모다. 기대와 규모가 큰 만큼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만 관건은 흥행 여부보다 ‘얼마나 흥행하는가’이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시 지분율을 70% 이상 확보할 것임을 밝혔기 때문에 30% 지분으로 충분한 투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희석을 문제로 물적분할에 반대했다는 점도 IPO 흥행에 대한 부담을 키웠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IPO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코나EV 등 전기차 화재에 대한 책임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이다.

국토교통부가 코나EV 화재 원인이 배터리 셀이라는 데에 무게를 실었고,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현지에서 볼트EV와 관련해 접수된 화재가 전기차 배터리 구역에 집중됐다며 배터리 문제를 의심했다. 코나EV와 볼트EV에 탑재된 배터리는 모두 LG화학의 NCM622 배터리다.

만일 전기차 화재 원인이 LG화학 배터리인 것으로 결론나면 적지 않은 리콜 비용과 기업 신뢰도 하락으로 IPO 흥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코나EV 리콜 비용은 최소 600억원에서 최고 6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실제 LG화학의 책임 비용은 2000억원가량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도 2017~2020년 생산된 볼트EV 7만7842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에 대해 리콜 판결이 나온다면 코나EV 리콜과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 LG화학 전지 부문 영업이익 1688억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은 1년 이상 적자를 기록하다 올 2분기 들어 흑자전환한 것이어서 부담이 적지 않다.

비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 문제다. 배터리 셀이 문제가 있다는 의심이 생기면 매일 더욱 치열해지는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IPO 흥행의 불확실성 요소로 지목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재까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에 쓴 비용만 약 4000억원이다. 소송이 적어도 1~2년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용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LG화학의 승소를 예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만약 패소하면 무고한 기업을 의심했다는 오명을 쓰게 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분기마다 1000억원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배터리 안전성, 소송 등 불확실성 요인들만 해소되면 IPO 흥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LG화학 전지 부문의 올 3분기 매출은 3조1439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내 출범, 나스닥 상장 노림수?

‘어느 시장'에 상장할 것인가도 IPO의 중요한 요소다.

업계에서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시장을 국내로 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동석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지난 17일 컨퍼런스콜에서 "신설법인 설립 후 IPO를 고민할 것"이라며 "(해외)다른 시장도 규모나 적정성을 고려할 때 배제할 요소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차 부사장이 같은 날 거론한 LG디스플레이의 사례를 보면 LG디스플레이 전신 'LG필립스LCD'는 지난 2004년 코스피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동시 상장했다.

상장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나스닥이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다. 기술주 중심이며 해외 기업도 현지 기업과 상장 요건이 같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른 상장이 가능하다. LG화학이 신설법인 분할기일을 연내로 정한 것이 나스닥 상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나스닥은 기업 규모와 상장요건 등에 따라 ▲글로벌 셀렉트 마켓(Global Select Market) ▲글로벌 마켓(Global Market) ▲캐피털 마켓(Capital Market)으로 구분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캐피털 마켓’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캐피털 마켓은 직전 연도 혹은 최근 3개 회계 연도 가운데 2개 회계 연도 세전이익 75만달러(약 8억7400만원) 이상을 충족하는 것이 상장 조건이다. 하지만 종전 1년치 회계를 지닌 비상장 회사도 상장이 가능하다.

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2월 출범한다면 올해 세전이익 기준을 충족해 내년에 바로 상장할 수 있다. 반면 코스피는 회사 설립 3년 후에야 심사자료 제출이 가능해서 물적분할 방식으로는 상장을 위해 202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투자업계 전문가는 “LG화학도 LG에너지솔루션 자금확보를 목적으로 물적분할을 한 것인 만큼 IPO와 상장 시점·상장 시장·변동성 등에 대해 신중하게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며 “12월 출범식 때 어떤 계획을 내놓을지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마음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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