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부담 vs 시장 2위가 먼저’…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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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20-10-2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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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 늘었는데 10조원 규모 자금 조달 해야

  • 인수가액 2차례 나눠 투자··· ‘규모의 경제’ 발판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경기도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데일리동방]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한다.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SK그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양수가액을 두 차례 나눠 내며 위험부담을 줄이려 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미래 이익을 고려하며 완급을 조절한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중국 다롄 공장을 포함한 낸드플래시 사업을 양수한다고 20일 공시했다. 2025년까지 투입하는 자금은 10조3104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낸드 사업 인수로 메모리 시장 세계 2위에 오르게 됐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낸드 올해 2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1위 삼성전자(33.8%), 2위 키옥시아(17.6%), 3위 웨스턴디지털(13.9%)이다. 그 밑으로 SK하이닉스(12.2%)와 마이크론(11.2%), 인텔(10.6%)이 시장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점유율이 20%대로 뛰면서 순식간에 키옥시아를 제치고 2위에 오르게 됐다. 공시 기준 디램(28.9%) 대비 3분의 1 수준이던 시장 점유율도 균형을 찾게 됐다.

시장은 SK하이닉스가 호재와 부담을 동시에 끌어안았다고 본다. 우선 자금조달 부담이 거론된다. 그간 SK하이닉스는시장 2위 키옥시아에 4조원 가까이 투자해왔다. 부채도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1조6658억49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14조5억9000만원으로 늘었다. 차입금도 6조4637억8100만원에서 7조5894억2000만원으로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 때문에 오늘 SK하이닉스 주가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 소식에 급등했다가 자금 조달 문제로 급락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키옥시아 상장이 지연된 가운데 자금조달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키옥시아 지분의 점진적 유동화와 차입 및 재무적투자자(FI) 등을 통한 재원 확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두 차례에 걸친 양수가액 지급도 부담과 기회를 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차 거래 종료 시점(클로징)인 2021년 말에 8조원을 내고 다롄 공장과 SSD 사업부문을 인수한다. 낸드 IP(지적재산권)와 연구개발(R&D) 인력 등은 2025년에 흡수한다.

이를 두고 메모리 점유율 2위에 오른 SK하이닉스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인텔의 서버 고객군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낸드 시장은 모바일보다 서버 중심 성장이 예상돼 전력 강화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인수로 10조원을 더 쓰게 됐지만 얻을 점이 많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거론돼왔던 기업형 SSD(eSSD) 분야에서 일거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어정쩡한 4~5위에서 확실한 2위를 꿰찰 수 있는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 입장에서 10조원 투자가 부담스럽지만, 향후 낸드에 대한 과잉투자가 줄고 미국의 중국 반도체 견제도 도움이 된다는 관측이다. 시장 경쟁자가 줄면서 낸드 시장 자체가 안정화되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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