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충당금’ 마법, 예고된 주주가치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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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입력 2020-10-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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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Q 회계상 적전...실질 현금흐름 이상無

  • AS기간 등 대폭 늘려 비용 확대

  • 기저효과로 향후 순익 개선 기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데일리동방] 현대차와 기아차가 품질 관련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하면서 투자업계는 상당히 놀란 분위기다. 그러나 해당 ‘비용’이 향후 전부 현실화될 확률이 낮아 오히려 환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신뢰를 확보함과 동시에 실적 개선 기대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회장 취임 후 그 입지 구축에 힘을 싣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전일 올해 3분기 실적에 품질관련 충당금 명목으로 총 3조3900억원(현대차 2조1300억원, 기아차 1조2600억원)을 반영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2011~2014년, 2015~2018년 예상치를 상회하는 클레임 추이와 평생보증 등을 고려해 반영한 조치다. 특히 2011~2014년은 차량 운행기간을 12.6년에서 19.5년으로 재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 신뢰 회복을 위한 선제적 고객 보호 조치라고 밝혔다. 그간 품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가 된 만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도 늘 품질 문제를 강조해왔다. 정의선 회장 취임 직후 이 같은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책임경영을 확고히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그만큼 정 회장 리더십도 단연 돋보이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충당금 반영으로 3분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래 예상 손실 등을 대비하는 것으로 당장 실질적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업이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와 유사하면서도 그 성격은 다소 다른 것을 풀이된다. 빅배스는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 등에서 발생이 두드러진다. ‘완전한 매출’까지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 충당금은 AS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최고경영자(CEO) 능력과 기업 외형에 비유되는 매출에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빅배스와 마찬가지로 비용이 크게 반영되면서 기저효과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대규모 충당금이 설정된 만큼 상대적으로 환입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회계상으로는 판매관리비가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향후 현대차와 기아차 매출이 늘어난다면 이 같은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차세대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차 관련 충당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추후 충당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는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다. 각 산업이 회복 기조에 들어서면 대규모 충당금 설정 등 보수적 회계처리는 빛을 발하게 된다. 설령 더 큰 위기가 발생해도 ‘안전판’이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훼손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현대차그룹의 고객 신뢰 확보, 향후 실적 개선에 따른 정 회장 능력 입증을 뒷받침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수소·전기차 등에서 품질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에 품질 문제가 늘 따라다녔지만 상당한 규모의 충당금 발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간 정의선 회장이 ‘숫자경영’을 보여준 만큼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표면상 드러나는 실적 부진으로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도 “그룹에 대한 불신 요인을 제거해 고객 확보는 물론 주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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