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갑'의 횡포] ① GS25·CU·세븐일레븐, 도 넘는 '갑질'…말로만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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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수 기자
입력 2020-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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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 본사들, 파죽지세 성장…가맹점주들은 편의점 과포화ㆍ불공정계약ㆍ수익성 악화로 '눈물'

  • 가맹점ㆍ납품업체에 '1+1' 판촉비용 떠넘기기 등 무리한 요구…공정위 제제에도 '갑질' 여전

GS리테일 'GS25'(왼쪽), BGF리테일 'CU', 코리아세븐 '세븐일레븐' 로고. [사진=아주경제DB]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벼랑 끝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힘겨운 이들을 가차 없이 밀어붙이는 거대한 손이 있다.
바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가맹본부, 배달 플랫폼 같은 대형유통업체들이다.
과도한 임대료, 시설‧판촉비용 전가 등 부당한 갑질 횡포에도 어쩔 수 없이 이 악물고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통공룡들의 갑질 횡포가 소상공인의 피해로 끝나지 않고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 만연한 갑질의 먹이사슬을 끊어내는 것, 포스트코로나 시대 첫 과제가 아닐까.


[데일리동방=강지수 기자] #지난 달 12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CU가맹점주협의회, 한국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가 자율 규약을 준수하고 과밀입점을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들은 "본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직영점도 손익으로 인해 축소하면서 반대로 가맹점은 계속 늘리고 있다"면서 "가맹점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4일 CU가맹점주협의회 한 관계자는 "한달 꼬박 일하고도 순이익 200만원을 벌기도 어렵다는 가맹점주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올해 상반기 편의점업계가 코로나19 여파에도 성장했다고 하지만, 정작 편의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상황은 더욱 팍팍해졌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편의점 가맹점 수익은 매출은 작년보다 쪼그라들었다. 3월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작년보다 8.1% 줄어들었고, 4월에는 7.4%, 5월에는 4.9% 감소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상반기 편의점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형마트보다는 온라인과 편의점, 동네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편의점업계가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GS25·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편의점 과포화와 불공정계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CU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본사가 올해도 점포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가맹점 수가 올해 또다시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편의점 총 가맹점 수는 4만672개에 달했다.
 
◆ 불공정 계약, 본사 키우고 가맹점 굶겼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에 편의점을 내도 본사는 이득"이라며 가맹본부가 가맹점 매출과 관계없이 로열티를 가져가는 구조를 지적했다.

우 의원이 지난 2018년 국감 때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3만3000개 중 1만5000개가 하루 매출 150만원 미만인 저매출 위험구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5곳 중 1곳은 하루 매출 110만원 이하로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는 얘기다. 

저매출 구간 점포는 하루 매출이 110만 원 미만으로 편의점주가 본사에 지급하는 가맹 수수료 등 비용과 임대료, 아르바이트 노동자 임금 등을 제외하면 적자를 기록하는 곳이다.

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저매출 구간에 해당하는 점포 비율은 CU 18%. GS25 8%, 세븐일레븐 39%였다. 저매출 위험 구간 점포는 CU 48%, GS25 34%, 세븐일레븐 69%에 달했다.
 

[자료=우원식 민주당 의원실]

◆ 무심코 집었던 '1+1'에도 숨어 있던 '을의 눈물'
 
지난 2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6억7400만원 처분을 받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특정 상품을 구매하면 한 개를 증정하는 'N+1' 판촉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당시 납품업체가 부담한 금액은 23억9150만원으로 판촉비용의 절반 이상이었다. 행사를 기획한 본사는 유통마진과 홍보비만 부담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3월 신입사원에게 제품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코리아세븐 직원은 지난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회사가 자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호빵과 군고구마 등을 사비로 구매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위탁가맹점주에게 자사가 출시한 주력 제품을 구매할 것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GS리테일도 납품업체에 갑질 행위로 제재를 받았다. 지난 2013년 2월~2014년 1월에는 납품업체 6곳에 해당 업체 상품을 눈에 잘 띄는 곳이나 1위 상품과 함께 진열하겠다고 하면서 '진열장려금' 7억1350만원을 받았다. 2013년 1월~2014년 3월 사이에는 '원 플러스 원' 행사를 5번 진행했는데, 납품업체 3곳에 사전계약 없이 행사 비용 3642만원을 떠넘겼다. 두 계약 모두 서면 약정 없이 이루어졌다.
 
사실상 '24시간 연중무휴'를 강제하는 등 가맹점주에 대한 무리한 요구도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8년 공정위가 심야시간(밤 12시~오전 6시)에 직전 3개월 동안 적자를 본 편의점에 대해선 언제든 심야영업을 중단하도록 가맹사업법 규정을 바꾸었지만, 가맹본부는 이를 이유로 전기료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 어려운 가맹점주가 계약을 중도해지할 경우 높은 위약금을 물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보통 점주는 가맹본부와 5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매출액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지급하는데, 계약 기간 내에 해지할 경우 로열티를 받지 못하게 된다. 지난 2013년에는 과도한 중도해지 위약금으로 빚을 내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가맹점주 3명이 잇달아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 뒤늦게 상생안이 발표되는 등 파장이 일었다.
 
조배숙 전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 해 국정감사 떄 밝힌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9월 말까지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편의점 가맹점 분쟁조정 건수 498건 중 세븐일레븐 관련 접수가 172건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CU는 98건, GS25는 40건이었다.

 

[사진=인터넷]

◆ "산에 편의점을 내도 본사는 이득" 
 
편의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본사와 가맹점, 납품업체 간 분쟁도 늘어나자 당국과 편의점업계는 고질적인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공정위는 납품업체 비용 전가 등의 갑질을 막기 위해 지난 2011년 '대규모유통업법'을 제정했고, 편의점 폐점 위약금 기준 등을 명시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21대 국회에서는 가맹점주 단체교섭권 내용을 포함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공정위도 이와 같은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에는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이 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도 갑질 근절을 위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GS리테일은 출점 등 외형 성장 대신 수익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지난해 말부터 점포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2018년 말에 체결한 '희망 폐업제도'도 적용하고 있다. 해약 수수료를 감면해 주거나, 본부가 부담했던 시설 투자 금액 잔존가를 폐업시 일부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납품업체나 가맹점주가 '을'이 되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 고착화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지원금을 줄이며 24시간 영업을 사실상 강제하는 등 꼼수를 쓰고 있고 중도해지 위약금 문제도 전 가맹본부로 확산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본사와 손익분기점을 맞추며 경제적인 공동 운영체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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