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앞둔 '아시아나 매각'…이동걸, 임기 한달 남기고 중재력 한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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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입력 2020-08-0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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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규 현산 회장과 두차례 회동…결과는 물거품

  • 현산측 재실사 요구에 李 "도무지 이해불가" 일축

  • 임기 한달 남은 李 결정 주목…현산, 채권단 겨냥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전경. [사진=산업은행 제공/자료사진]

[데일리동방] 1년 4개월여 동안 이어 온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시장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수인(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매도인(금호산업)의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를 재차 확인했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양측의 중재자로서 인수합병(M&A)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KDB산업은행(산은)의 능력치 한계도 부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건의 매도인은 금호산업이지만 매각 결정부터 계약·실사 등 모든 과정을 도맡은 주체는 공동매각 주관사이자 주(主)채권은행인 산은이다. 아시아나 매각의 기본 취지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 30%를 내다 팔아 경영정상화를 유도하자는 것이었다.

돈줄(채권)을 쥔 산업은행의 입김은 본격적인 M&A의 첫 단추부터 작용했다. 금호산업이 철저히 뒷선으로 물러난 양상으로, 지난해 4월 아시아나 채권단에 자구계획을 제출한 후 그해 7월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매각 공고에서부터 산은이 키를 잡았다.

아시아나의 주식 가치를 인정해달라는 금호산업의 속마음은 산은이 가진 주식병합, 즉 '주식감자'의 힘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구주가격 3000억원이라도 챙기기 위해서라면 금호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산업은행에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한계가 있다.

지난해 말 급물살을 탔던 아시아나 매각건은 올해 4월 현산이 아시아나지분 취득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하며 급제동이 걸렸다.

현산은 금호와 아시아나의 7주간 실사를 요구했고 실사결과에 대해 "불성실했다"는 결론을 맺었다. 정보 제공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현산은 지난달 24일 "선행조건 충족이 안돼 12주간 재실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 사이 금호산업은 현산측에 인수를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양측은 계약 연관 정보제공의 범위를 둘러싼 '보도자료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삐그덕대던 매각건의 중재를 위해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직접 나섰다. 정몽규 현산 회장과 만남을 갖고 인수에 속도를 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성과물은 전무했다.

딜 클로징(종료)을 이틀 앞둔 지난 6월 25일 이 회장과 정 회장 간 두 번째 만남이 이뤄졌는데도 재실사에 대한 현산의 입장은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이 회장의 중재력에 밑천이 드러난 셈인데 급기야 현산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에 이르렀다.

지난 3일 이 회장은 "금호와 산은측은 하등 잘못한 게 없고 계약이 무산될 위험과 관련해선 현산측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 아닌가 한다"며 "7주 동안 엄밀한 실사를 한 상황에서 자꾸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산의 보도자료는 상당 부분 근거가 없었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도 있었다"며 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일축했다. 산은은 오는 12일부터 금호산업이 계약해제권을 갖는다고 선을 긋고 현산을 향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결국 인수인과 매도인, 주채권은행 사이에 오고 간 정보의 수준과 공식 자료의 신뢰도가 핵심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현산은 전날 금호산업과 산은을 향해 재반박에 나섰다.

앞서 금호측은 "계약 체결 전 실사 단계부터 자료를 제공했고 계약 체결 후에도 인수준비위원회 활동, 자료의 발송, 대면보고 등으로 충분히 정보제공을 하고 설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산측은 "실사 내내 매우 제한적인 자료만을 제공받았다"며 "자료의 대부분은 협상 완료일에 임박해서야 온라인자료실에 쏟아붓듯이 제공됐다"고 받아쳤다.

산은을 겨냥해서는 "채권단이 진정으로 아시아나의 정상화를 원한다면 매도인의 근거도 실익도 없은 계약 파기주장에 흔들릴 게 아니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형국에 또 다시 공은 산은으로 넘어갔다. 3년 임기 중 한 달여만을 남긴 국책은행의 수장으로서 이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되는 막판이다.

최후통첩을 보낸 현 시점에서 산은은 협상 테이블에 나올 현산에 마지막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산은 관계자는 "앞서 간담회에서 밝혔듯 우리측은 최선을 다했지만 실무진 단추가 제대로 안 채워져 아쉬울 뿐"이라며 "관련 시효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동걸 회장이) 충분히 (정몽규 회장에게) 노크 할 수 있고, 상대방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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