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과 초점] 검찰, 이재용 심의위 권고 이유에 귀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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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산업부장
입력 2020-07-1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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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심의위 권고에도 이재용 수사 재개 고민

  • 심의위 결정, 검찰 주장 수긍하지 못한 결과

  • 삼성물산 의혹, 이미 민사재판서 기각 판결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 등에 대한 심의를 하는 제도.’

포털 지식백과에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의한다.

최근 수사심의위에 관심을 갖게 하는 두 개의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이다. 사건 처리를 두고 수사팀과 대검찰청이 갈등을 빚으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시도하다 그친 수사심의위는 이후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까지 총 5건의 요청이 들어갔다.

이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승계 등에 관련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가 몇 년째 이어지면서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수사심의위를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달 심의위는 이 부회장을 조사 중인 수사팀에게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검찰이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 부회장 측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수사심의위의 의결 사항은 권고일 뿐 검찰이 이를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다.

지난달 26일 수사심의위 의결이 나온 후 검찰은 빠른 시일에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자 했으나 법무부와 대검의 검·언 유착 의혹 사건 갈등으로 인해 결정이 늦어졌다.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사심의위 의견을 무조건 수용할 의무는 없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에서 의견 수용을 결정하면 지난 1년 8개월 동안의 수사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 경우 또다시 재벌 봐주기 논란이 불거질 것이란 부담감을 안아야 한다.

이 부회장의 기소를 밀어붙이면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한다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수사심의위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인 지난 2018년 1월에 도입됐다.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는 현 정부가 검찰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8번의 수사심의위 권고를 실제 기소 여부에 반영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대검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수사심의위 권고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현 정부가 도입한 제도에 또다시 반발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수사심의위에서 수사를 접고 불기소하라는 것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법치주의에 어긋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또 검찰이 1년 8개월간 수사한 내용을 수사심의위에서 몇 시간 만에 다 파악해 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모든 사건의 최종 판결은 법원이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원칙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가 무리라는 주장도 틀리지 않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합병 결의 이후 주식매수청구권(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을 회사에 팔 수 있는 권리)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청구 기간인 2015년 7∼8월에 호재성 정보를 집중 공개하고 대량의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합병에 따라 경영 안정화 효과가 있었고, 경영권 승계만이 유일한 목적으로 보이지 않아 사기적 부정 거래나 주가 조작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미 법원 판결이 나온 사건을 문제 삼은 셈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뇌물죄 파기환송심도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 합병 건은 이 재판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소환과 기소가 다른 재판에서 진행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심의위에 검찰의 방대한 수사 자료를 몇 시간 내에 깊이 파악해 결정한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 부회장 변호인 측도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 자료만큼이나 많은 자료를 준비해왔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자료와 함께 이 부회장 측 자료도 살펴보고 결정을 내렸다. 결국 검찰의 자료보다 이 부회장 측 자료가 수사심의위 위원들에게 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최근 현장 경영 행보와 주요 발언을 적극 공개해왔다. 그는 지난달 19일 경기도 화성 소재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DS 부문 사장단 간담회와 임직원 격려 일정을 소화했다. 이때 그는 “가혹한 위기상황”을 입에 올렸다. 미래 기술을 삼성전자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초조함 속에 기소 위기에 놓인 본인의 처지가 겹치는 것으로 읽히는 발언이었다.

‘가혹한 위기상황’은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 경제도 겪고 있다. 이 부회장의 현장보폭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도 담을 수 있다.

자칫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사심의위의 권고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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