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과 전관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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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기자
입력 2020-06-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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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선 퇴직 법관 변호사 개업 안 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52) 삼성전화 부회장의 변호인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삼성전자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재경·김기동·이동열·최윤수·김형욱·이남석·한승·안정호·고승환 등 전관 변호사 10여명이 이재용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최재경(58·17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재용 방어를 총지휘하고 있다. 최 전 수석은 삼성전자 법률 고문에 등재됐다. 마지막 중수부장이었던 그는 2012년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 방안으로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 전 수석 지휘에 따르는 변호인으로는 김기동(56·21기) 전 부산지검장, 이동열(54·22기) 전 서울서부지검장, 최윤수(53·22기)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등이다. 김 전 지검장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을, 이 전 지검장과 최 전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장을 지낸 김형욱(47·31기) 변호사, 삼성전자 법무팀 상무로 일했던 이남석(53·29기) 변호사 등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도 대검 중수부 출신이다.

지난 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한승(57·17기) 전 법원장이 긴급 투입돼 이 부회장에 대한 최종 변론을 맡았다. 한 전 법원장은 2018년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지난 1월 퇴직했다. 이날 부장판사 출신인 안정호(52·21기)·고승환(43·32기) 변호사도 이 부회장 변호에 나섰다.

이보다 더 화려한 변호인단이 있을까. 대한민국 민정수석, 검사장, 법원장. 판사, 검사 출신들이 이재용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들 또한 결국 ‘전관예우’의 최대 수혜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관 변호사의 재벌 변호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당연히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일까.

대한변호사협회 감사인 홍성훈 변호사는 “의뢰인 입장에선 ‘유능한 전관’ 변호사를 활용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변호사 시장에서 법관 경험이 상품화되어 팔리는 상황은 해외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된다”며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전관 변호사들에 대한 규제, 나아가 배출 억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퇴직법관의 변호사 개업 논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규제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영연방 국가들은 퇴직법관 출신 변호사의 개업활동에 직접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법관 출신 변호사가 퇴직 전 근무했던 법원과 같거나 낮은 단계의 소송대리를 영구적으로 제한한다. 홍콩은 고등법원 법관의 경우 임명 시 퇴직·사직 후 개업 영구금지 서약을 하도록 한다. 상고심 법관의 경우는 법령으로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3년 이상 근무 후 퇴직하면 모든 법원에서의 소송대리가 영구적으로 제한된다. 뉴질랜드도 법관 임명 시 개업 영구금지 서약을 받는다.

독일은 법관 정년근무관행이 확고한 편이다. 2010년대 몇몇 상고심 연방법원 법관이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해 재직 중 재판하던 업무분야의 로펌에 취업했다가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퇴직 후 연방법원에 와서 소송대리를 한 것도 아니고 단지 로펌에 취업을 했을 뿐인데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독일 사회가 재판의 공정성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줄 활용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대만의 경우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3년 동안 본인이 종사했던 관할 기관 관련 사건 수임이 금지된다. 중국은 법관 퇴직 후 2년 동안 모든 법원에서의 소송대리를 금지하고, 재직 법원에서의 소송대리는 영구적으로 금지된다.

홍 변호사는 “1년짜리 수임제한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전관예우 규제는 그 기간, 지역적 제한범위 면에서 세계적으로 약한 수준”이라며 “실효적인 전관예우 규제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21대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소병철 전 고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검찰 고위직 간부 출신 변호사 수임료 정말 고액이다. 서민들 보면 뒤로 넘어질 그런 금액이다. 로펌 제안을 받고 좀 고민했다”며 “과거 검찰 고위직 선배들은 다 변호사를 했는데 그렇지 않은 선배는 없을까 생각했다. 후배들한테 그런 선배 한 사람쯤 있다는 걸 보여주고픈 욕심이 들었다. 돈 포기하고 명예로운 길 가는 선배가”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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