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자본시장 플레이’ 총출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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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입력 2020-06-0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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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ㆍ케미칼 통한 동원 가능 자금 6조

  • M&A는 기본…IPO·지배구조 개편 연결고리

  • 롯데렌탈 IPO 추진 빨라질수도…호텔 가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데일리동방] 롯데그룹이 단순 인수합병(M&A)뿐만 아니라 시장조달, 자산매각, 구조조정 등 자본시장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보여줄 전망이다. 위기 극복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도 마무리해야 하는 탓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역사적 전환점’을 강조했다. 큰 덩치와 달리 빠르게 변화할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마지막 퍼즐로 지목되는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롯데 계열사가 99%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 지분율을 낮추고 롯데지주와 합병 후 호텔롯데 산하에 있는 계열사들을 끌어안는 그림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은 호텔롯데에 직격탄을 날렸다. 시장 예상대로 1분기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6% 급감했다. 기업공개(IPO)에 기관투자자 참여가 어려워질수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뉴 롯데’ 꿈은 멀어진다.

다만 신용등급 하락 압력(AA0, 부정적)에도 지난달 21일 진행한 1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은 흥행했다. 3·5년물 구성에서 단기물에 집중됐지만 현재 호텔롯데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크게 연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 주요 계열사인 롯데렌탈(AA-, 부정적)도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제시한 금리 수준와 1분기 호실적이 수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국내 대그룹 계열사들은 그룹 차원 지원이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리는 역할을 한다. 신용평가사들과 투자자들은 어느 때보다 그룹 지원 여부에 관심이 컸다. 롯데그룹은 호텔, 면세, 유통, 음식료, 화학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코로나19 확산에 전방위적 영향을 받는 탓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 신용등급 하방 압력을 받고 있지만 시장 지위 등은 여전히 우수하다”며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한 조건을 제시한 것은 물론 현재 진행중인 그룹 구조조정을 통해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자금조달·공급 방안 전부 고려···M&A만이 능사 아냐

신동빈 회장은 2004년 롯데정책본부 본부장에 취임 후 현재까지 M&A로 그룹 규모를 키운 장본인이다. 호텔, 유통, 화학, 음식료 등 주력사업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진출하면서 재계 5위로 성장해 그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 2015년 삼성SDI 케미칼사업과 삼성정밀화학 인수는 국내 M&A시장에서 ‘빅딜’(3조원 규모)로 꼽힌다.

최근 업황 전반이 악화되면서 롯데그룹이 위기극복 차원 M&A에 본격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중견 화학기업 쇼와덴코 지분 4.46%(1617억원) 확보했다. 쇼와덴코는 과거 롯데케미칼과 히타치케미칼 인수 경쟁에서 승리했다. 이번 거래를 두고 롯데케미칼은 단순투자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은 대규모 M&A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두산그룹이 내놓은 두산솔루스 유력 인수자로도 꼽히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온라인 사업인 ‘롯데온(ON)’을 출범하는 등 사업 전략을 전반 재검토하고 있다. 유통부문은 M&A를 통한 성장보다는 유기적 성장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커머스는 완전경쟁시장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력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사실이라도 특정 주체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그만큼 시장 재편 속도도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롯데리츠 상장으로 1조원 실탄을 확보하면서 현재 약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자금(3조원)을 포함하면 두 주체만으로도 6조원이 동원 가능하다.

막대한 자금 규모지만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이 지속된다면 이 조차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계획대로라면 롯데렌탈은 적어도 지난해 말 상장했어야 한다. 하지만 IPO가 지연되면서 최근 호텔롯데는 롯데렌탈(옛 KT렌탈) 지분 16.34%포인트를 추가 확보(총 42.04%)했다. 2015년 KT렌탈 인수 당시 활용한 TRS(토탈리턴스왑) 계약 만기(5년)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사진:롯데렌탈

올해 1분기 롯데렌탈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한 546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영업이익은 36.3% 확대된 323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룹 전반 부진한 실적을 감안하며 크게 선방한 것이다. 한진 렌터카 사업부도 인수하면서 시장 지위 제고에 따른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

이에 롯데렌탈 상장 추진이 빨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업특성상 실적이 단기 내 개선되기 어려운 탓이다. 롯데렌탈 추가 지분을 사들인 호텔롯데가 IPO에 성공하면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호텔롯데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예상치 못한 상황전개 대비 혹은 마련된 실탄으로 M&A에 나설 수 있다. 두 기업에 달린 '부정적' 등급 전망 꼬리표도 떼 놓을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롯데그룹은 현 사태를 버틸 여력이 있지만 주력 사업 구조조정, 사업 전략 수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리면서 국내 그룹사 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각 계열사들은 단순 M&A뿐만 아니라 IPO, 채권발행, 자산유동화 등 자본시장에서 가능한 자금조달과 공급 관련 모든 기법을 동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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