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암호화폐 규제’ 위헌 여부 뜨거운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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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진 기자
입력 2020-01-1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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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 개설 중단, 거래 실명제, 금융기관의 보유-거래-투자 금지 놓고 헌재 공개 변론

  •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재산권 등 침해했다"

  • “헌법상 권리 침해 없고 헌법소원 대상도 아니다"

암호화폐(가상화폐) 투기과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17년 12월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이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정희찬 변호사 등 347명이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이하 '정부조치'라 함)은 위헌” 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16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고 각계 의견을 들었다.

지난 2017년 12월 28일 정부는 위 발표를 통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 신규개설 전면 중단, 암호화폐 거래실명제 실시,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와 거래 및 지분투자 등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암호 화폐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이에 정 변호사 등 청구인들은 “정부의 대책으로 인해 평등권, 재산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정 변호사가 직접 맡았다. 정 변호사는 먼저 "정부의 가상계좌 신규가입 금지와 실명확인서비스 준수 강제 조치는 일반인들의 암호 화폐 교환을 어렵게 해 가상통화의 교환가치를 떨어트리고, 자유로운 재산처분권한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암호화폐 거래실명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불법거래 위험성을 주장한 정부 도 제도시행 2년이 지났지만 단 한 건의 구체적 사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8년 1월 1일 부터 같은 달 29일 기존 가상화폐거래소 이용자들은 기존 가상계좌를 이용해 입금이 불가능했다.”며 “한 달 동안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에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공권력 행사에 있어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해 재산권을 제한할 경우 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을 통해서만 국민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데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정부 조치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정부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상은 시중은행이지 일반 투자자들이 아니다. 그리고 은행들이 가상계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의 사회적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자발적으로 정부 대책에 참여하게 된 것이고, 이를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공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만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지, 법적 구속력이 존재하는지”를 기준으로 공권력의 행사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정부 조치는 헌법재판소 기준에 의할 때 청구인들에 대한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어 헌법소원심판 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청구인들의 재산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시세 차익을 얻을 기회 상실을 주장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며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가 마약 거래, 자금세탁 범죄 등에 이용되면 큰 부작용을 야기했을 것이며 실명확인이 이뤄져야 차명거래를 방지할 수 있고, 시중 은행이 의심 가는 거래를 인지해 대응할 수 있다.”며 “정부의 조치는 합리적이었다.”고 반박했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목적이 정당하고,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이 효과적이고 적절하며, 그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최소한도에 그치고,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해 공익이 더 큰 경우”에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정부의 조치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므로 적법하다는 취지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도 공방에 참여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장우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가상통화 시장의 확대로 인한 폐해를 고려할 때 정부의 행정조치는 필요했지만, 이로 인해 기존 가상통화 시장 참여자들의 자산 손실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결과였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반면 정부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은 "가상통화는 소유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어 현금보다 자금세탁, 범죄수익 은닉 등에 용이하다."며 "현실적으로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 대책은 가장 최소한의 수단이고, 국가기관이 할 수 있는 충분한 조치"라고 했다.

한편 재판관들은 정부 측 대리인에게 당시 정부의 조치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그러나 정부 측 대리인은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며 즉답을 하지 못했다.

또한 이선애 재판관이 청구인 측 대리인인 정 변호사에게 "반드시 가상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묻자 정 변호사는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받음으로써 이용자가 누릴 수 있는 편익이 더 크다."고 답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에서 다뤄진 내용을 검토해 이를 토대로 정부 조치의 위헌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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