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무역합의' 위해 홍콩인권법에 '침묵'하나

배인선 기자입력 : 2019-11-23 09:56
"홍콩과 함께 서 있지만…習와 역사상 최대 무역합의 이루는 과정" 서명 시 中반격 예상…무역협상 '난항' 우려 美의회 초당적 지지…반발도 만만치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이하 홍콩인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콩인권법 서명으로 중국이 반발하면 안 그래도 교착 상태에 빠진 무역협상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의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잘 살펴보겠다"며 에둘러 답했다. 

그는 앞서 8월 홍콩 시위가 격화했을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외곽에 군대 100만명을 배치하고도 투입하지 않았다”며 “내가 시 주석에게 '미·중 무역 협상을 망치지 말라'고 경고해 막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니었다면 홍콩에서 수천 명이 죽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홍콩과 함께 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시 주석과 함께 서 있기도 하다"며 시 주석은 나의 친구다. 놀라운 사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나는 홍콩과, 자유와 함께 서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상 최대의 무역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 있기도 하다"며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엄청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무역합의를 위해 홍콩인권법 서명을 거부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앞서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을 미·중 무역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그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홍콩인권법에 서명하면 미·중 갈등이 한층 첨예해지면서 안 그래도 난항에 빠진 무역협상까지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홍콩인권법 추진에 ‘내정간섭’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면서 보복을 다짐해왔다. 전날에도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홍콩과 관련된 (미국의) 법안에 대해 단호하게 반격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홍콩 인권법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홍콩의 자치 수준이 악화하면 홍콩에 특혜를 줄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홍콩은 그 동안 중국 본토와 달리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의회에서 전달된 지난 21일로부터 열흘째 되는 12월 1일까지 이 법안에 서명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서명하면 즉시 법률로 발효된다.

워낙 상·하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은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콩인권법은 미국 상·하원에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더라도 상하원 의원 3분의 2가 동의하면 대통령 거부권을 무효화할 수 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홍콩 인권법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막긴 힘들 것”이라며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은 미국 의회를 침묵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무역합의가 잠재적으로 매우 가까워졌다"며 "결론적으로 우리는 합의를 이룰 아주 좋은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내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합의를 이루길 원한다"며 "나는 합의 여부를 놓고 불안하지 않다. 우리는 (대중) 관세로 수천억 달러를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주석도 같은 날 블룸버그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신경제 포럼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등을 만나 "우리는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미국과 무역합의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필요하다면 반격하길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경하게 말했다. 

미·중 양국은 벌써 18개월 넘게 무역전쟁을 치르며 13차례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졌다.

지난 10월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협상에서 양국은 1단계 무역합의, 이른바 '스몰딜'(부분합의)에 도달했지만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진 못했다. 1단계 무역합의 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타결이 미뤄지면서다. 

중국은 기존 추가관세 철회를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중국의 농산물 추가 구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강제 기술이전 방지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관세 철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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