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한 오후···가을 바다 바라보며 즐기는 커피 한 잔
고성에 도착해 차 한 대를 빌리는 동안 일행은 옆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 인싸(인사이더)는 여행지도 SNS에서 검색한다”고 귀띔했다. 해시태그 검색 몇 번 하더니 바다를 마주한 카페 두 곳을 금세 찾아냈다.
이곳에서는 피크닉 세트를 대여할 수 있었다. 핸드드립 커피는 1잔에 5000원에 즐길 수 있었지만 대부분 피크닉 세트를 빌려 바다로 나가는 모양이었다. 세트는 1인당 8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손님이 곧바로 바다로 나갈 수 있게 주인장은 보온병에 지금 막 내린 커피를 담아 주었다. 곁들일 마들렌도 함께 내왔다. 카페 주인은 “추운 겨울에도 피크닉 세트를 빌려준다”고 했다. 바닷바람을 막아줄 담요만 있으면 가능할 듯싶었다.
옆에는 영화 속에서나 본듯한 피크닉 전용 바구니가 있었다. 그곳에 커피와 간식을 넣고 돗자리와 담요를 챙겨 바다로 나갔다. 모래밭에 돗자리를 펼치니 근사한 피크닉 테이블이 완성됐다.
고개를 돌리니 바다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는 커플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무척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바위섬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여름엔 인파로 북적였을 테지만 이맘때 가진해변은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하는 곳처럼 느껴졌다.
‘카페 달홀’은 쉬이 눈에 띄지 않았다. 바다 앞 건물 담장 사이로 내려가니 카페가 해변을 오롯이 품고 있었다. 테라스에 마련된 의자에 나란히 앉은 우리는 말 없이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다,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어스름 저녁엔 수제 맥주 한 모금
고성 토성면에 마침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문베어 브루잉 탭하우스가 있었다. 지하 200m에서 퍼 올린 물로 빚는 맥줏집이다. 1층엔 공장이, 2층엔 펍이 자리했다.
이곳에서는 수제 맥주를 제조해 금강산 골든에일·백두산 IPA·한라산 위트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있었다. 설악산 버전도 곧 출시한다고 했다.
문베어 직원 안내에 따라 공장을 한 바퀴 돌며 설명을 들은 후 에일맥주 한 모금을 받아 마셨다. 아쉬웠다. 2층 시음 코너로 가 맥주를 종류별로 시음하며 우리는 마치 광고 속 장면을 재연하듯 “그래, 이 맛이야”를 외쳐댔다.
◆스위스 닮은 숙소에서 보내는 하룻밤
강원도에, 그것도 문베어 인근에 이런 숙소가 있었구나. 시골 할머니 댁을 찾은 듯 포근하면서도 스위스 마을에 온 것처럼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리조트 동 이름도 스위스 마을 이름을 따 바젤·베른·로잔·루체른 등으로 지었다. 내부 인테리어도 친환경 목재 등으로 마감했단다.
웰컴센터에서 올려다보면 울산바위가, 등을 돌려 내리막길 끝을 보니 푸른 동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리조트 단지 옆에는 천진천이 신선호(연못)와 산책로도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사슴이 뛰어노는 숲속에 맑은 공기 마시며 잠시 낮잠을 청할 수도 있는 해먹까지 리조트 곳곳은 매력이 철철 넘쳐흘렀다.
내년 봄 정식 오픈하는 켄싱턴 설악밸리는 강원도 최초 단독형 리조트다. 켄싱턴호텔앤리조트 23번째 리조트(호텔 포함)로, 운영 호텔 중 가장 상위 등급이다.
아침이 되니 직원이 도시락을 가져다주었다. 이곳에서는 ‘굿모닝 딜리버리 서비스’를 운영한다. 레스토랑에 갈 필요 없이 정갈하게 차려진 도시락 한 상을 객실에서 먹을 수 있었다. 도시락을 챙겨 야외 테라스 테이블로 나왔다. 천진천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즐기는 아침식사는 매우 여유로웠다.
리조트는 내년 봄 가족농장 문을 열고 2023년까지는 박물관과 하이디 마을을, 2025년까지 스위스 정원과 캐슬 호텔&리조트를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가을 고성은 더없이 풍성했고, 여행은 즐거웠다. 발걸음을 떼기 무척 아쉬웠지만 조만간 고성을 다시 찾겠다 다짐하며 잠시 안녕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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