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칼럼] ​진영논리에 갇힌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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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입력 2019-10-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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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반일 종족주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다. 그리고 그 독후감을 많은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내고, 단체 카톡방과 내 개인 블로그에도 올렸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었지만, 반대 의견도 있었다. 반대 의견은 반일 종족주의를 찬성하는 분과 반대하는 분 양쪽이 다 있었다. 게 중에는 점잖게 반대 의견을 내놓는 분도 있었지만 격렬하게 비난하는 분도 있었다. 나는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에서 쓰고자 노력하였음에도 말이다. 그런데 반대 의견의 공통점은 내 글의 어떤 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자기 입장과 안 맞으니 반대라는 것이다. 이른바 자기들 진영논리와 맞지 않으면 무조건 틀리다는 것이다. 내가 쓴 독후감 일부분을 인용해본다.

 “역사학자가 글을 쓴다는 것은 역사에 이리저리 널려있거나 숨어있는 사료들을 찾아내어 이를 세밀히 분석한 바탕하에 글을 쓰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많은 학자들이 일제 36년의 피해의식이 잠재의식에 있어서인지 알게 모르게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에서 사료를 찾고 글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란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살아가면서 다양한 기록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자료가 있는가 하면 그와 또 정 반대되는 자료도 있습니다. 동시대에 서로 상반되는 자료가 있을 수 있고, 시대가 흐르면서 달라지는 자료가 있습니다. 역사학자란 역사에서 이러한 다양한 자료를 채굴하는 채굴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역사를 기술하려면 역사라는 밭에 널려있는 서로 상반되는 자료들을 모두 발굴하여 이를 비교 분석하여 객관적으로 글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방향을 설정하게 되면 아무래도 그쪽 방향의 사료에만 손이 가고 반대쪽 자료는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우리 학계에서는 피해자 의식 때문에 아무래도 반대쪽 사료에 소홀히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이를 읽는 일반 국민들도 그러한 피해자 의식이 내재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글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요. 그런 점에서 반대되는 자료도 있고, 그런 자료에 입각해서는 이런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것이 이 책의 공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일종족주의>의 저자들은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식이 투철해서인지 자기들 또한 마찬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고, 어느 한쪽 주장이 100% 맞고, 다른 일방은 수긍할 만한 점이 전혀 없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다 나름대로 비빌 언덕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진영 논리에 갇혀 자기 진영 논리와 맞지 않으면 무조건 틀리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틀리다고만 할 뿐 아니라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은 그런 주장에 비추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생각도 전혀 하지 않는다.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팍팍해졌을까? 조선 시대 당쟁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인가? 식민사학자들은 우리 민족이 원래 남을 헐뜯기를 좋아하여 조선 시대에 그렇게 당쟁이 극심하였다고 한다. 나는 그 동안 이는 편견에 사로잡힌 일제 식민사학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소에 붙였지만, 요즘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혹시 ‘정말 우리 민족성이 원래 그랬던 것인가?’하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증주벽립(曾朱壁立)이라고 증자나 주자처럼 벼랑 끝에서도 신념을 지킨다던 송시열, 그렇기에 조선시대 주자에 버금간다고 송자(宋子)로 추앙받던 송시열, 그도 진영논리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김익훈이 공작정치로 무고한 남인들을 죽게 한 것(임술고변)이 명백한 데도, 송시열은 자기 편이라고 싸고 돌았다. 그렇게 자기 편에 대해서는 관대했던 송시열은 주자의 해석에 일부 의문을 제기하는 윤휴를 매섭게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았다. 조선 후기의 최고의 거유(巨儒)로 추앙받던 송시열도 이럴진대, 다른 양반들은 어떠했겠는가? 그런데 요즈음 우리 사회는 송시열의 시대보다도 더욱 진영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다양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이런 진영 싸움은 더욱 증폭되는 것 같다. 이럴 때 진정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나라가 두 쪽으로 결단날 것만 같은 이런 광폭(狂暴)한 사태를 크게 우려하면서 이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래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이를 이용하고 조장하고 있는 것만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그들은 먼저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대(大)를 보는 것 보다는 당장 눈앞의 자기 정치적 이익만 따지는 소(小)가 우선인가?

지금 한반도는 남북이 대립하고, 미중이 대립하며 한일이 티격태격하고 있다. 이 틈에 러시아도 간을 보려는지 한국 영공을 침범하기도 하였다. 어떤 이는 지금 한반도의 정세가 구한말의 정세와 같다고까지 한다. 구한말에 양반들은 힘을 합쳐 외세를 극복하기 보다는 자파의 이익만 앞세우다가 나라를 잃었다. 철저히 자기 진영 논리에만 갇혀 있는 이들이여! 그대들은 역사를 잊었는가?
 

[사진=양승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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