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전쟁 첫날 화질 저격한 LG에 '재생불가' 영상으로 망신 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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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19-09-1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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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ㆍLG전자, 같은날 설명회 개최

  • LG "화질선명도 국제규격에 못미쳐" 검은색 재현력 강조

  • 삼성 "선명도 아닌 밝기 등 조합이 중요" LG제품 작동 불능 연출

삼성전자가 17일 오후 서울 R&D캠퍼스에서 설명회를 열고 8K 스트리밍 동영상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QLED TV는 파일을 불러내 영상을 재생한 반면 왼쪽 OLED TV는 데이터를 부르던 중 화면 절반이 녹색으로 변하며 재생에 실패했다. 해당 영상을 재생할 코덱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TV시장 점유율에 밀린 LG전자가 8K 화질로 시비를 걸자 삼성전자가 '재생불가' 영상으로 망신주기 전략을 폈다.

LG전자는 17일 오전 여의도 사옥에서 ‘8K 및 올레드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진짜 8K가 아닌 제품으로 소비자를 호도한다는 취지로 공격했다. 삼성전자 QLED 화질 선명도(CM)는 세계 기준인 국제계측위원회(ICBM) 규격에 한참 미치지 못해 8K 해상도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LG전자는 삼성 QLED TV를 사실상의 4K로 규정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서 열린 가전・IT 전시회 ‘IFA 2019’에서도 삼성 QLED가 픽셀 수 기준으로 8K가 맞지만 해상도 기준으로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공격한 바 있다.

설명회에서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는 “경쟁사 행보는 TV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엔지니어 관점에서 안타깝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삼성 제품의 CM이 10%대여서 자사 제품의 90%에 한참 미치지 못하므로 진짜 8K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이날 설명회 역시 같은 내용으로 진행됐다.

광고전도 시작됐다. LG전자는 지난 7일 올레드TV는 종이처럼 얇고 색 표현도 정확한 반면 LED는 백라이트가 필요해 색이 정확하지 않고 두께도 얇아지기 어렵다는 광고를 냈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LG전자는 검은 배경의 불꽃놀이 화면 등을 보여주며 정확한 검은색 표현력을 강조했다.

IFA 행사 당시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던 삼성전자도 결국 반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이날 설명회 엠바고(보도 유예 시점)를 걸어놓은 오후 2시 서울 R&D캠퍼스에서 설명회를 열고 LG전자 주장을 반박했다. LG전자가 걸고 넘어진 CM은 1927년에 발표된 개념으로 물리적 화소 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TV 해상도 평가를 위해 쓰였으므로 초고해상도 컬러 화면 평가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ICBM은 2016년 CM이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 불완전해 기존 가이드를 중단하고 새로운 평가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삼성은 자사 뉴스룸을 통해 해상도 표기의 최적 기준은 선명도라고 해석했다. LG전자는 당시 삼성 측 설명을 지목하고 2012년부터 ICBM이 디스플레이 해상도 충족 요건으로 화질선명도 50% 이상을 내걸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8K에 필요한 물리적 화소 수가 확보된 상황에서 CM값은 무의미해졌다고 반박했다. 화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수백가지여서 LG전자 주장처럼 한 가지 잣대를 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설명회를 진행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8K 화질은 CM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밝기와 컬러볼륨 등 다른 광학적인 요소와 화질 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인 부분이 최적으로 조합돼야 한다”며 “기준 정립을 위한 관련 업체 간 협의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용 상무는 이같은 이유로 자사 QLED TV 역시 CM 측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 QLED 8K는 국제표준기구 ISO가 정한 해상도 기준(7680 X 4320)을 충족하며 독일 안전규격 VDE 인증을 획득했다. 삼성은 더 많은 업체가 자신들이 주도하는 8K 협회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지만 LG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날 설명회의 정점은 LG전자 제품의 영상 재생 불가 장면 연출이었다. 삼성전자가 IFA에서 시연한 8K 스트리밍 영상을 틀자 자사 제품은 곧바로 개들이 뛰노는 영상이 나왔다. 반면 옆에 놓인 OLED 제품은 불러오기를 시도하다 화면 절반이 녹색으로 표시돼 재생에 실패했다. 해당 제품에 영상을 재생할 코덱이 없어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OTT의 경우 8K 지원 영상이 없어 시연하지 않았다. 활자 가독성도 큰 차이를 보였다. LG 올레드TV는 신문기사 글자를 제대로 표현 못해 뭉개진 반면 QLED 제품이 보여준 글씨는 또렷했다. 조작설을 우려한 삼성전자는 현장에서 8K 카메라로 신문지를 찍어 양사 제품에 띄우기도 했다.

IFA에서 시작된 8K 전쟁은 국내를 거쳐 세계시장에서 확전될 조짐이다. 텔레비전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CE 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5400억원에서 2분기 7100억원으로 올랐다. TV 신모델이 잘 팔렸고 프리미엄 비중도 늘린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QLED 제품 판매량을 늘려 프리미엄 리더십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LG전자 HE 부문 실적은 전보다 줄었다. 1분기 3465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분기 2056억원으로 떨어졌다. 8K시장에 회의적이던 LG전자가 도발에 나선 배경 중 하나로 읽힌다. 파나소닉을 포함한 주요 업체들과 8K 협의체를 이끄는 삼성전자가 콘텐츠 제작업체들과 손잡고 시장 규모를 키우는 상황도 발등의 불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IHS 마킷 자료를 인용해 QLED가 올해 2분기 금액 기준 31.5%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QLED는 75인치 이상 시장에서 53.9%, 2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53.8%를 차지했다. 상반기 누계 판매량은 QLED 212만대, OLED는 122만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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