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 70년]'제2의 마오쩌둥' 시진핑의 '꿈'…홍콩시위·무역전쟁에 시험대

곽예지 기자입력 : 2019-09-16 10:56
③마오쩌둥 롤모델... 習황제 꿈 이뤄질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오쩌둥을 공산당 통치의 모델로 삼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역사가이자 ‘만리장성(The Great Wall)’의 저자 줄리아 로벨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신중국 70주년을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최근 들어 미·중 무역전쟁, 홍콩 시위 등 혼란스러운 시기에 맞닥뜨린 중국에서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이 70년 만에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면서다. 과거 마오쩌둥 시대 구호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시진핑 주석은 중요한 시기마다 마오쩌둥 어록을 인용하며 ‘마오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시 주석은 집권 초기부터 권력 강화에 힘쓰며 장기독재를 했던 마오쩌둥을 떠올리게 했다. 집권 2기부터는 ‘시(習)황제’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의 권력이 중국을 장악했다. 외신들은 ‘제2 마오쩌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며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같은 '독재의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홍콩시위,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시 주석의 막강했던 지도력도 차츰 흔들리고 있다. 마오쩌둥을 ‘롤 모델’로 삼은 그의 꿈도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그래픽=아주경제DB]


◆시진핑, 집권후 ‘절대권력’ 만들기… 1인체제 기반 공고화

중국 공산당은 신중국 성립 후 ‘당이 곧 국가고, 국가가 곧 당’인 체제 하에 나라를 운영했다. 특히 마오쩌둥 시대 때는 전체주의적인 절대 일인자 체제가 수십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마오쩌둥 사망 후 덩샤오핑(鄧小平)을 중심으로 한 2세대 지도부를 지나 3세대 장쩌민(江澤民)과 4세대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를 거치면서 중국은 1인자적 절대 권력에서 권력이 분산된 집단 지도 체제로 변화했다.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당·군·정의 요직을 나눠 맡으며 집단 지도 체제를 형성, 상호 견제·협력·경쟁을 통해 국가 주요 정책을 결정했다.

지도자 선출에 있어서도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처럼 직접 선거를 통해 뽑지는 않지만 1980년대 초부터 덩샤오핑, 후야오방(胡耀邦)에 의해 후계자 육성 시스템, 정년 규정 및 국가기관 수장 2회 이상 연임 금지 등이 시작됐다. 안정적인 권력 승계 체계로 예측 가능한 통치가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후 이러한 체제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2년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차기 지도자로 선출된 시 주석은 이후 반(反)부패 투쟁을 명분으로 정적을 제거했다.

대다수 영도소조(領導小組) 수장 자리도 시 주석이 꿰차며 당내 권력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다. 영도소조란 중국 공산당 산하 비공식 정책 결정기구로, 정책의 집행·조율·관리감독 등을 담당한다. 특히 시진핑 시대 들어 영도소조가 대거 신설됐다. 신설된 4개 영도소조를 포함, 9개가량의 영도소조 조장을 모두 시진핑 주석이 맡았다. 이는 1인 체제 기반을 확실히 닦으려는 행보로 풀이됐다.

집권 2기부터 '시진핑 천하’는 더 공고해졌다. 그는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으며 ‘격대지정 (隔代指定, 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정하는 것)’의 불문율을 깼다. 과거 덩샤오핑이 권력 투쟁의 폐단을 끊기 위해 1992년 고안해 낸 후 25년간 이어오던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다.

지난해 3월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선 국가주석 3연임 이상 금지 조항 폐기,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헌법 삽입 등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시켰다. 총 2964표 가운데 반대표는 고작 2표였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원 25명(상무위원 7명 포함)도 대부분 시 주석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지방정부 인사에선 시 주석의 직계 부하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전진 배치됐다.

다수 외신들은 그가 집권 2기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제2의 마오쩌둥이 될 것이고, 시황제로 중국을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중국특색 사회주의 속 당·국가 지도체제를 완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그를 숭배하는 ‘개인숭배’ 풍조까지 조장됐다. 시진핑 사상 전파를 위한 앱 보급과 TV 퀴즈 프로그램 방영이 이뤄지고, 전국 곳곳에는 시 주석의 슬로건을 담은 포스터와 게시판이 넘쳤다. 마오쩌둥 시절의 개인숭배를 연상케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시 주석 장기집권의 꿈은 점점 현실로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신중국 70주년을 앞두고 시진핑 주석의 목적 달성의 길에 커다란 ‘걸림돌’이 등장했다. 홍콩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 등이다.

 

중국 서점의 마오쩌둥·시진핑 도서 [사진=연합뉴스]

◆홍콩시위·무역전쟁… 내우외환에 시진핑 리더십 ‘흔들’

최근 외신들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위가 시 주석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4월부터 시작한 홍콩 시위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완전 철폐 선언에도 불구하고 몇 달째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홍콩 시위의 이면엔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시 주석의 권력 강화와 비례해 중국 내 다원주의가 약화하고 언론과 인터넷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 인권 침해 사례도 늘어나면서 그간 쌓여왔던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은 약 7년간 중국의 지도자로서 대륙 전역에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를 구축해왔다"며 "하지만 홍콩 시위는 정작 본토 밖에 사건과 관련된 권력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홍콩의 시위는 스트롱 맨(strongman) 시진핑에 대한 개인적인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홍콩의 확산하는 시위가 시진핑의 독재적인 통치에 대한 개인적인 도전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금까지 홍콩의 시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등 일정한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콩 시위 사태가 시 주석을 정치적 시험대에 올려놓았다는 게 가디언의 지적이다.

가디언은 시 주석이 홍콩의 시위 개입 여부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만일 개입하지 않을 경우 시 주석의 '스트롱 맨' 이미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홍콩 시위의 반(反)중 성향이 강해지면서, 중국 지도부로서는 이를 계속 방관하기가 어려워졌다.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립 7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 중인 상황에서 시위를 그대로 두는 것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무역전쟁 장기화로 인한 중국 경제 성장 둔화도 그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분기 6.2%를 기록하며 1992년 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 하강세가 뚜렷해진 것이다.

당 내부 일각에서도 시 주석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당 내부 일부 엘리트들은 시 주석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돼 있다”며 “정책 결정 실수로 미국을 자극했고, 공격적인 외교로 다른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물론 시 주석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 정법대 부교수는 최근 중화권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서방에서 바라보는 위험 요인이 시 주석 권력엔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국민들은 공산당의 선전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며 “학력수준이 높은 엘리트 계층도 서방의 민주주의는 큰 혼란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빠른 성장을 이루며 세계적 영향력을 확대한 현재의 중국에 만족하고 있고, 정부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신화통신]

◆미뤄왔던 공산당 4중전회 10월 개최...내부결속 강화

시 주석은 마오쩌둥 시대의 ‘대장정 정신’을 내세우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자, ‘장정’ 기념탑에 헌화를 한 후 대장정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대장정이 시작됐다”며 장기전으로 치닫는 무역전쟁에 임하는 각오를 내비쳤다. 과거 마오쩌둥이 이끌던 홍군이 1934~1936년 국민당 군대에 쫓기면서도 1만2000㎞의 험난한 대장정을 거쳐 중국을 건국했듯, 현재 미국과의 대결에서 끝내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지난달에도 시 주석은 “위대한 장정 정신은 중국 공산당과 전국 여러 민족, 인민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한 정신적 동력”이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역사 과정에서 새로운 시대 장정의 길을 잘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홍콩 사태까지 맞물리자, 다시 한번 대장정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은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9기 4중전회)를 통해서도 공산당의 내부 결속을 강화할 전망이다. 이번 4중전회는 시진핑 주석 집권 2기에 네 번째로 열리는 중전회다. 지난해 2월 헌법의 국가주석 임기규정 삭제를 제안했던 3중전회 이후 20개월 만이다.

특히 올해 4중전회의 의제는 '중국특색 사회주의 제도 견지와 완비를 연구하고 국가통치체제와 통치력 현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홍콩 반정부 시위 등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내세우고, 내부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천다오인 교수는 “4중전회는 시 주석의 ‘결사옹위’를 재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회의 이후 그의 권한에 더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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