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몽'을 짓밟은 트럼프 vs '중국몽'에 속앓는 시진핑

이수완 논설위원입력 : 2019-09-05 15:18
이민 거부로 빛바랜 아메리칸 드림, 미국 견제에 혼쭐난 차이니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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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 그리고 홍콩 사태에 대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년 기념일을 계기로 전방위적으로 중국 인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시 주석의 통치이념으로 대변되는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은 요원해 보인다.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선출 된 시진핑은 텐안멘 광장 동쪽 국가 박물관에서 '부흥의 길'이라는 전시회를 참관하면서 '중국몽'을 처음 공개 석상에서 언급한다. 이 자리에서 "현재 모두 중국의 꿈을 이야기 하는데, 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곧 근대 이후 중화민족의 가장 위대한 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의 중국은 이미 과거와 달리 가난과 고립의 국가가 아니었다. 1970년대 후반 개혁.개방 정책으로 전환한 이래 중국은 경제력과 국가의 위상도 급상승 하면서 미국과 함께 G2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잔뜩 움츠려 있었던 반면 중국은 그야말로 승천을 준비하는 용(龍)이었다. 시 주석이 제기한 '중국몽'은 2021년까지 기본적으로 의식주 문제가 없는 샤오캉(小康·풍족하고 편안한)' 사회 실현 등 인민의 생활수준 향상과 풍요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의 국력을 따라잡아 세계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의 표출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을 내세우며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대중(對中) 압박 공세에 중국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몽 실현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세계 각국과의 협력과 공동 번영을 표방하고 있지만, 여러 나라에서 마찰음이 요란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우선시하는 서구식 민주주의 가치보다는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기반으로 국가의 안정과 번영을 추구한다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중국몽'이 과연 실현 가능한 꿈 인가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과거 중국 지도자가 내치(內治)에 비중을 두며 수동적으로 대응했던 대외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이다. 2017년 1월 그는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정.재계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3일 전 이었다. 그는 트럼프를 겨냥해 "보호주의는 어두운 방에 자신을 거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 훔쳐갔다는 트럼프 주장을 반박하듯 "세상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 중국의 발전은 중국 인민들의 피땀으로 얻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압박에 대한 경고이자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발하는 국가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 2017년 10월 집권 2기를 시작 하면서 '절대 권력'으로 부상한 시 주석은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생긴 국제 사회의 리더십 공백을 중국이 메우겠다는 '신형 국제관계'와 '강한 외교'를 대내외에 표명한다. 덩샤오핑 시대부터 이어지던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우다)에서 벗어나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하겠다)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건국 100년인 2049년까지 세계 최강국을 꿈꾸는 '중국몽'과 '아메리카 퍼스트'의 대 충돌은 이때 부터 본격화 된다.

시 주석의 집권 후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과거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던 일본과 필리핀에도 우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래도 아직 세계는 미국의 주도권 아래 움직인다. 중국의 경제의 규모에서 미국을 따라 잡고는 있다고 하지만, '중국몽' 실현을 가로막는 여러가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으려면 단순히 경제력 추월로는 부족하다. 중국 전문가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자신의 저서 'Age of China'에서 중국은 미국이 가진 언어(영어), 통화(달러), 문화(미국 대중문화) 등의 패권요소가 필요하며 "전 세계인과 이해관계를 함께한다는 인식 기반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법과 시스템에 움직이는 미국에 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트럼프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반이민 정책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차이나 드림은 어떤가? 정 교수는 "중국인이 부르짖는 중국몽은 중국인의 꿈이지 세계인의 꿈이 아니다"며 "중국에서 자수성가 하려면 공산당과 연결된 인맥이 필수적이라 능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했다. 폐쇄적 사회주위 국가인 중국에서는 공산당 맘대로 재산 몰수도 가능하다. 대학생들은 인권, 언론의 자유, 삼권분립의 중요성 등에 대한 토론도 못하고 시민사회에 대한 감시와 검열이 심하다. 많은 중국의 엘리트들이 중국 보다는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자녀를 외국에 교육 시키는 이유이다. 정 교수는 "세계인이 중국을 받아들이려면 중국은 세계 문제에 대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인류애로 세계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사람들 마음속에 중국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는다"고 강조한다.

케리람 홍콩장관이 4일 저녁 홍콩 시위 사태의 발단이 됐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이후 이어진 홍콩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는 '홍콩의 중국화'에 반대 투쟁의 결실로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이 송환법을 악용해 홍콩의 반중(反中)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본토로 소환에 조사할 것에 대한 홍콩인들의 두려움이 그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중국 당국은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시위 주동자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인터넷 통제를 통해 서구 언론의 비판적 기사를 차단했다.

"중국의 발전은 각종 위험과 도전이 누적돼 집중적으로 드러난 시기로 접어들면서 여러가지 중대한 투쟁에 직면해 있다." "중국 공산당 관리들은 용감히 투쟁해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시 주석이 3일 중국 공산당 고위간부를 양성하는 중앙당교 중·청년간부 양성반 가을학기 개학식에서 중요연설을 통해 강조한 대목이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장기적' 투쟁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각종 투쟁은 단기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최소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고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두 개의 백년 목표를 실현하는 전 과정에 수반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 등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간부와 인민들의 불타는 투쟁정신과 애국심으로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서방의 많은 국가들은 중국이 자신들이 오랫동안 구축한 글로벌 질서와 체제에 서서히 통합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교류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간쑤성 시찰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둔황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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