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경영’에 빠진 LG생건, ‘늪’에 빠진 아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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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다희 기자
입력 2019-08-0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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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Q 실적 희비…불황 모르는 LG생건-역성장 이어가는 아모레

  • LG생건, 풍부한 현금흐름 바탕 차입비율 사상 최저

  • 아모레, 디지털 강화 위한 이사회 구성...실효성 의문

[데일리동방] LG생활건강은 재무 전문가 차석용 부회장을 필두로 숫자경영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은 계속되는 역성장으로 늪에 빠진 모양새다.

화장품업계 1, 2위인 LG생건과 아모레G가 올 상반기에도 엇갈린 실적을 기록했다. LG생건은 2분기는 물론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아모레G는 2분기 실적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경제보복 직격탄을 맞은 2017년 2분기보다도 부진해 반기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건의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1.9% 증가한 3조7073억원, 영업이익은 13.2% 증가한 6236억원으로 집계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반기 매출액은 3조2113억원, 영업이익은 315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0.2%, 29.7% 감소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도 크게 떨어졌다.

 

[사진=견다희 기자]


◆ LG생건, 재무·마케팅 시너지…업계 불황 ‘남의 일’

업계는 고공행진하는 LG생건의 실적에 대해 재무와 영업·마케팅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중국시장에서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차 부회장은 인수합병으로 음료, 생활용품, 화장품이라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지금의 LG생건을 만든 장본인이다. 차 부회장은 LG생건에서  14년째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는 장수 CEO로 LG생건은 차석용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는 재무전문가이기도 하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국 뉴욕주립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도 마쳤다.

미국 P&G에 입사한 지 14년 만에 한국P&G 총괄 사장에 오른 그는 뛰어난 경영수완이 알려지면서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해태제과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됐다. 3년 동안 사장을 지내며 해태제과의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올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김홍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이사로, LG 재경팀장 하범종 전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면서 전략·재무라인을 강화했다.

숫자에 밝은 경영진 덕분일까. LG생건에게 불황은 남의 일이 돼버렸다. LG생건의 회사채 내재등급은 3년째 AAA급에 버금가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등급도 AA+ 상향 트리거에 가까울 만큼 탄탄한 재무지표를 보유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LG생건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검토요건으로 EBIT(세전이익) 규모가 1조원을 넘고 순차입금의존도도 0% 미만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될 경우를 제시했다. LG생건은 지난해 연결기준 EBIT 규모가 1조393억원, 순차입금의존도는 1.3%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올 초 미국 화장품회사 뉴에이본의 지분 100% 인수비용(1450억원)을 자체 보유현금으로 조달하고 지난해에는 2600억원의 회사채를 전액 현금상환할 만큼 현금을 두둑히 쌓아뒀다. LG생건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4100억원을 넘긴데 이어 올해 1분기 말에는 6124억원으로 증가했다.

LG생건의 재무비율도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EBIT/매출액은 17.2%, EBITDA Margin은 20.3%, 차입금의존도 10.4%, 순차입금/EBITDA도 0배다.

LG생건이 전략·재무라인에 공을 들이는 것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경계가 무너지고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시장 흐름을 꿰뚫는 인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을 내세워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전략·재무라인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사드, 일본의 경제보복 등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도 전략·재무 출신 인사를 요직에 기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 브랜드에 집중된 매출 의존도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LG생건은 올 초 이태희 국민대 교수와 김상훈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마케팅에도 전문가의 역량을 보탰다. 후 브랜드 성장에 이어 '숨'과 '오휘'도 고급 화장품 분야에서 성과를 거둬야하기 때문이다.

 

[사진=견다희 기자]


◆ 아모레퍼시픽, 사업 구구조적 문제 안고 있어…과감한 구조조정 필요

업계는 아모레G의 추락은 사업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모레G는 올해 ‘디지털’ 채널 강화 전략을 위해 이휘성 미국 IBM 전 부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그는 IT업계에서 30여년 재직한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교수진 일색인 아모레퍼시픽 이사회에서 눈길을 끈다. 재무라인을 강화한 LG생건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사외이사 선임 배경에는 뷰티업계에서도 디지털 채널과 관련 영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 최근 디지털을 강조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채널 전략 등이 자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실적 부진에 대응, 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디지털과 면세점 등 신성장 채널을 담당하는 부서를 디비전(Division)에서 유닛(Unit)으로 승격했다. 신설된 디지털유닛은 대폭 강화된 권한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서경배 회장의 실적 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변화가 실효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모레G는 연결기준 1분기 말 현금창출력(EBITDA)는 2048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2781억원)보다 약 3분의 1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잉여현금흐름(FCF)은 1026억원으로 전년 동기(1675억원)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마저도 785억원은 투자자산 처분으로 유입된 것이다.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의존도도 올 1분기 말 5%로 전년 동기(2.5%)보다 두 배가량 늘어났다. 여기에 에스쁘아, 에뛰드 등 4곳의 적자 계열사가 빌린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정기예금 1500억원을 제공하면서 유동성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아모레G는 국내와 글로벌 부문 실적이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체험 중심 편집매장) 전환의 영향도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택과 집중이 아닌 ‘너무 많은 브랜드(34개)’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아모레 측은 이번 2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국내외 뷰티시장 경쟁 심화 속에서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등 전반적인 판매관리비 규모가 확대된 것이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아모레는 현재 M&A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황으로 하나만 걸리길 바라는 식으로 자체 브랜드를 문어발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과감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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