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중장년](르포)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가 봤더니...40~60대 “은퇴 후 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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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9-06-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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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발전재단, 중장년 ‘인생 3모작 패키지 서비스’ 운영

  • 재직 중 ‘생애경력설계 서비스’·퇴직 후 ‘재도약 프로그램‘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60세 정년 채우는 것도 어려운 실정에 정년 연장 논의는 한가한 얘기란 볼멘소리들이 나온다. 주변에서는 이미 40세부터 이직이나 은퇴 후 재취업을 알아보는 신중년들이 눈에 띈다.

실제 기대수명이 평균 80세로 늘어난 상황에서 60세 정년을 목표로 일하는 중장년들은 많지 않았다.

대다수 중장년들이 ‘60세 이후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사나’ 고민을 하고 있는 반면 재직 중에 인생 3모작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얼리버드(Early Bird)들도 있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운영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인생 3모작 패키지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본지는 지난 5~7일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찾아 40~60대들의 인생 2막 준비 과정을 취재하며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해 봤다. 상담사와 1:1 심층 면담을 시작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재취업 상담 중인 60대 남성[사진=노사발전재단]

“재직 중이세요? 퇴사하셨나요?”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언론사 기자입니다.”

“현재 하시고 있는 일을 유지하고 싶으세요, 전혀 다른 일도 하실 수 있으세요?” “네?...”

최성희 수석컨설턴트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 했다. 기자직을 그만두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알아보러 왔는데 상담사는 되묻고 있었다.

“괜찮아요.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경력 유지를 원하느냐, 직종 전환을 원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 과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 상담사는 말했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막연하게나마 언론학 교수 등 관련 직종의 일을 떠올려 본 적 있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일은 생각해 보지도, 할 자신도 없었다.

“언론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답하자 그녀는 ‘생애경력설계 서비스’ 참여를 권했다.

최 상담사는 “어떤 일을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기보다 막연한 불안감에 오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재직 단계에는 생애경력설계 서비스, 이직 또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단계에는 전직스쿨 프로그램, 퇴사 후에는 재도약 프로그램으로 구분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생애경력설계 서비스는 본인의 직업역량을 분석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 40세 이상 재직자와 구직자라면 모두 무료로 신청 가능하다.

스스로 자신의 생애경력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진단결과에 따른 유형별 특성과 행동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담사는 본인에 맞는 경력 관리 방법과 관련된 추천 서비스를 제시해준다.

먼저 자가진단검사를 했다.

‘만약 나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은퇴하고 싶은 연령을 쓰시기 바랍니다’ 항목에 만 60세라고 썼다.

“그런 결정권한이 근로자에게 있다면 다 정년을 채우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묻자 최 상담사는 “네, 그 전에 다른 일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꽤 많더라고요. 50세로 적는 분들도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 하는 일 – 현 직장 유지, 다른 직장 이직, 창업' 그리고 '현재와 다른 일 – 다른 직장 이직, 창업' 항목에는 '현재 하는 일 – 다른 직장 이직'에 체크했다.

다음 구직태도, 구직기술, 직무능력 세 가지 항목에는 각각의 문항에 점수를 체크했다.

구직태도의 경우 ‘일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체면에 관계없이 취업할 의사가 있다’ 그렇지 않다 0점, 보통 1점, 그렇다 2점 등 5개 질문에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구직기술은 ‘취업할 수 있는 직업이나 직종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직무능력은 ‘업무 관련 일을 다른 사람에게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다’ 등의 문항으로 나눠져 있다.

세 가지 항목 각각의 점수를 합산하면 본인이 경력개발우수형, 구직기술필요형, 눈높이조절필요형, 경력개발안주형 등 8개 경력행동유형 중 어디에 속하는지 결과를 알 수 있게 된다.

예상대로 ‘경력개발안주형’에 속했다.

최 상담사는 “기자님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전공하신 분들이나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하신 분들은 경력개발안주형 또는 눈높이조절필요형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업종도 고민해 보고, 다른 직종에 계신 분들도 만나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상담 결과를 토대로 구직신청서와 생애경력설계 프로그램 참여신청서를 작성했다.

희망임금을 연봉으로 받을 건지, 월급 또는 일급, 시급으로 받을 건지 금액과 함께 상세히 적게 돼 있어 고민했다.

지금 연봉보다 낮춰 적긴 싫은데 나이가 들어 다른 회사에 취업하는 상황에서 기존 연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최 상담사는 “네, 대체로 희망임금은 낮게 잡아 쓰시더라고요.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전직이나 재취업이 어렵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40대 경력설계 프로그램으로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경력관리(3시간), 업계, 조직 등 변화에 대처하는 변화관리(3시간), 인맥을 위한 평판 및 네트워크 관리(3시간), 건강, 재무 등 역량을 키우는 성과관리(3시간) 등 총 12시간의 4단계 교육을 받게 된다.
 

생애경력설계서비스[자료=노사발전재단]

최 상담사는 “본인이 원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일치하면 좋지만 별개로 봐야 합니다. 중장년이라는 나이와 경력이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도 따져봐야 하고요. 무엇보다 본인이 업종 변경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능력과 기술을 개발해야 할지 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참여자들을 보면 회사 내에서 이직이니 전직 얘기를 못 하다 여기 오셔서 속 얘기들을 털어놓고,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성과도 그렇지만 과정 중에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고용부에 따르면 생애경력설계 서비스 참여자는 2015년 9736명, 2016년 1만2576명, 2017년 2만3009명, 2018년 2만8112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형소 고용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지난 2015년 재직자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했는데, 만족도가 높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부터 구직자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언론직, 사무직 재직자의 경우 인사·노무 전문가나 사회적기업 컨설턴트 등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전기나 보일러보수, 주택 및 빌딩 시설관리 등 기능직 전환을 해야 이직 가능성을 높이고, 그러려면 관련 기술과 기능을 배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최 상담사의 말이 돌아가는 길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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