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쇄신]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사후 평가는 내년이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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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입력 2019-06-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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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명현 고려대 교수(전 한국지배구조원장) 인터뷰

  • 스튜어드십 코드 정착기… "현대차 주총 대표적 성공사례"

  • 기관 자문·사후 평가 필요… 연기금 연속성 부재엔 쓴소리

5일 고려대 조명현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가 아주경제 데일리동방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명현 교수 연구실 제공]

[데일리동방] 국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가 도입 3년차를 맞았다. 올해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본격 실행한 원년이기도 하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그간 수동적 참여에 그쳤던 주주총회 문화를 능동적으로 바꿨다.

이른바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를 주도하며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 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인 조명현(56) 고려대 교수는 "이제 전문기관의 자문과 사후 평가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코드 정착 원년…지배구조 개선 신호탄

10일 조명현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여전히 풀지 않은 책 상자들이 가득했다. 3년간 역임한 기업지배구조원장에서 학자의 길로 돌아온지 며칠 안 된 시점이다. 조명현 교수는 한국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위원장에 이어 발전위원장을 맡으며 주주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의 중요성을 거듭 주장해왔다. 

그런 만큼 그에게 올해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해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선 첫 해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시작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들이 늘어 현재 94곳에 달한다.

이에 대해 조명현 교수는 대기업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신호탄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먼저 올해 3월 열린 '슈퍼주총'에서 현대자동차의 주총을 스튜어드십코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았다.

단기실적에만 혈안이 된 '엑티브 펀드'인 엘리엇과의 대결에서 대다수 주주들은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주당 2만1000원이 넘는 엘리엇의 배당안 대신 주당 3000원의 현대차 배당안을 선택한 것이다.

조명현 교수는 "배당금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선임건에서도 현대차 추천 후보들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주주들이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선택한 것"이라며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에도 성숙해진 주주들의 당당한 의결권 행사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튜어드십코드의 순기능으로 알려진 한진그룹 고 조양호 전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직 박탈에 대해선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한항공 건은 스튜어드십코드와 별 상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명현 교수는 "국민연금이 과거에도 조양호 전 회장의 이사 연임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데다 외국계 연기금의 반대와 이사 선임을 특별결의 안건으로 규정한 대한항공의 정관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문기관의 자문과 사후 평가는 필수 

스튜어드십코드의 확대와 안정적 정착을 위한 필수조건으로는 전문기관의 자문과 사후 평가를 꼽았다. 기관투자자의 바람직한 의결권을 자문할 전문기관의 역할이 중요하고, 스튜어드십코드의 질적 발전을 위한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의결권 자문과 관련해 유료 용역을 제공하는 기관은 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3곳 뿐이다.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도 ISS, 글래스루이스 등 2곳 뿐이다. 따라서 의결권 자문시장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게 조명현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종목만 800여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의결권 행사를 위해 안건별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관투자자들이 스스로 안건 분석을 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전문적인 자문기관에 의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매년 3월에 몰리는 주총시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국내 대부분 상장사들의 주총일이 집중되다 보니 꼼꼼한 안건 분석이나 충실한 의결권 행사가 어렵다는 게 조명현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3월말 마감인 사업보고서가 나온 뒤 일정기간을 정해 주총을 개최한다면 어느 정도 분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기관들이 내년이면 200개 이상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사후평가를 강조하는 이유다.

조명현 교수는 "도입 4년차가 되는 내년부터 사후평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자율규범인 만큼 민간에서 시행하는 것이 좋겠지만 영국처럼 민간에서 자율적 운영이 안 될 경우 공공기관이 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수익률 급락 원인은 '연속성 부재'

그리고 조명현 교수의 시선은 국민연금으로 이어졌다.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총괄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1년여간 공석이었던 사실을 강조하며, 급감하는 기금운용 수익률에 주목했다.

지난해 7월말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연 환산 기준 1.86%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 7.26%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조명현 교수는 연속성이 없다는 점을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연기금의 고질병으로 꼽았다.

그는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는 대략 2~3년인데, 이런 경우 단기수익률 제고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네트워킹이 어렵고, 또 이는 투자회사의 중장기적 가치 향상을 도모하는 스튜어드십코드의 주요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기금 독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소속인데다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 구조에선 의사결정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의 범위 설정을 제안했다.

조명현 교수는 "기금운용위는 기금 활용에 관한 큰 그림을 제시하고 개별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의결권 행사는 독립된 위원으로 구성된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주식운용부문은 직접 운용하지 말고, 100% 외부 자산운용사에 신탁 혹은 위임 형식으로 맡겨 이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명현 교수는?
=1964년 6월 11일 부산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ESSEC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코넬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박사
=1994~1997년 미국 밴더빌트대 경영대학원 조교수
=1997년~현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2016~2017년 한국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위원장
=2016~2019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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