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런정페이 화웨이 CEO의 여유, 자신감인가 허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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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19-05-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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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 화웨이 CEO가 22일(현지시간) 중국 CCTV에서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CCTV 유튜브 캡처]

[데일리동방] 5G 시대의 총아로 주목받던 화웨이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으름장에 전 세계 주요 기업이 곁을 떠나고 있지만 정작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CEO 표정은 어둡지 않다.

런정페이 CEO는 최근 자사 5G 제품이 이번 조치로 영향 받지도 않을 것이며 앞으로 2~3년간은 5G 기술에서 자신을 따라올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상시에는 필요한 반도체 절반을 미국에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자체 생산했다는 설명이다. 인텔을 포함한 미국 기업 손을 빌리지 않아도 거뜬하다는 자신감이다.

중국 현지 언론도 미국 정부가 선전포고 없이 중국에 기술 냉전을 벌이고 있다며 양국의 대등한 싸움 쪽에 무게를 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핵심 기술 자급자족을 촉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관영 매체와 화웨이의 자신감은 현실과 거리가 멀어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스마트폰 핵심인 운영체제(OS)는 미국 회사 애플과 구글의 iOS와 안드로이드로 양분하고 있다. 거래 금지 유예기간인 8월 이후 구글 안드로이드를 쓰지 못하게 된 화웨이는 독자 OS ‘훙멍’을 내세울 예정이다. 훙멍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올 하반기나 내년에 공개된다. 화웨이는 새 OS를 스마트폰과 PC・TV・자동차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자 일상은 이미 구글 생태계에 익숙해져 있다. 개발자들 역시 수익과 사용자 숫자가 보장된 iOS와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앱을 만들고 업데이트 중이다. 이미 완성된 모바일 생태계를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폰과 삼성 타이젠폰이 보여주고 있다.

구글 주요 서비스인 지메일과 유튜브,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드넓은 중국 내수시장과 애국심에 기댈 수도 있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훙멍 OS만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PC 부문 역시 MS 윈도우 운영체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어떻게 붙잡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MS는 자사 온라인 상점에서 메이트북 X 프로 등 화웨이 랩톱을 지웠다. 화웨이가 자체 운영체제를 준비한다 해도 윈도우 OS 없는 랩톱 컴퓨터가 소비자에게 구매 요인을 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런정페이 CEO는 애써 표정관리 하고 있지만 자사 부품 대부분을 미국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화웨이 스마트폰 P30 프로의 무선 신호 처리를 돕는 부품 상당수는 미국 기업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랩톱 컴퓨터 CPU는 인텔, 그래픽 프로세서는 엔비디아 제품을 쓴다.

특히 반도체 설계회사 ARM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웨이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애플과 삼성전자, 퀄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ARM 설계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화웨이 AP 기린칩도 마찬가지다.

런 CEO에게 희망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중 무역협상 의제로 화웨이 문제를 포함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당장 높지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깊이 연계됐다고 주장했다.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통해 사용자 비밀이 중국 정보 당국에 넘어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의 주장이 유언비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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