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는 변화에 맞닥뜨렸다. 미국과 중국 등 2대 시장에서의 판매감소, 전기·자율주행차 등 전환 시대를 ‘감원’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버티고 있다. 설령 내연기관 중심에서 친환경차 시대가 열려도 결국 ‘제조’라는 틀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다시 한 번 무한경쟁 시대로 뛰어드는 것이며 추가 먹거리를 고민해야 한다.
사실 자동차의 서비스 전환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 카셰어링 서비스 등은 이미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현대차그룹은 물론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관련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자동차가 ‘제조’에서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유’에서 ‘이용’의 개념으로의 변화다. 정 부회장도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분명 경계가 있다. 업종 자체가 다른 만큼 전환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모든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옳으면서도 가장 어렵고도 힘든 선택을 한 셈이다.
자동차 서비스업으로 빠른 전환과 시장 선점을 한다면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동차는 본질적으로 이동·운송수단이지 PC, 스마트폰과 같은 IT기기가 아니다.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충돌사고 등 발생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유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 부회장의 ‘품질’ 강조는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다. 속도보다는 이동·운송수단으로서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특유의 군대식 문화도 타파한다. 정 부회장은 “직원들과 소통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려고 한다”며 “스타트업처럼 자율의사결정 문화로 변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투자자는 물론 현대차그룹도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5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등이 철회됐다. 당시 정 부회장은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부족을 인정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자동차 제조에서 서비스로의 전환, 지배구조개편 언급 등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해’와 ‘소통’이다. 이날 정 부회장이 언급한 ‘고객중심으로의 회귀’와도 맞물린다. 현대차그룹의 변화와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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