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장의 환상적인 일러스트와 세기말을 배경으로 한 픽션이 어우러져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SF를 선보인다. 전 세계 17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스웨덴 등 북유럽과 미국, 중국에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NPR(미국 공영 라디오) 선정 올해의 책과 MIRF(Mir Fantastiki) 독자가 뽑은 올해의 일러스트북에 선정됐다.
또한 2019년 권위의 SF상인 아서 클라크 상과 로커스 상 후보에도 올라 수상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인피니티 워’, ‘엔드 게임’, ‘윈터 솔저’ 등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작한 루소 형제와 각본가들이 판권을 사들여 영화화를 진행 중이다. 감독으로는 ‘그것’의 앤디 무시에티 감독이 내정돼 있다.
어벤져스를 본 사람들은 특히 ‘일렉트릭 스테이트’를 읽으며 어벤져스와 비교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TV를 대체하게 된 가상현실 기술이 서서히 일상을 앗아가는 섬뜩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되, SF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머나먼 미래가 아닌, 옛향수를 자극하는 1997년의 미국을 무대로 하는 대체역사 SF다. 저자인 시몬 스톨렌하그는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시각 스토리텔러로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잘 녹아든 SF와 자신만의 상상력을 담아낸 일러스트를 어우러지게 배치해 독자들에게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한다.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화자는 아직 10대 소녀다. 조손 가정에서 유아기를 보내고, 외할아버지가 사망한 이후로는 위탁 부모에게 보내진다. 그러나 이 때문에 동생과 강제로 헤어지게 된 후로, 그녀는 위탁모를 폭행하는 등 엇나간 성장기를 보낸다. 그리고 그녀에게 안식처럼 찾아온 친구 어맨다와의 이별, 위탁 부모의 죽음, 종말에 가까운 세상의 혼란에 이르러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르지만, 그 순간 찾아 온 작은 로봇은 그녀를 종말의 근원지인 서쪽으로 인도한다.
여정이 진행되는 동안 첨단 사회가 무너져 점차 황폐화되고, 기괴하게 변한 거대 드론들과 뉴로캐스터를 쓴 채 방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녀를 뒤쫓는 의문의 남자와 무법지대로 변해가는 도시 등 섬뜩한 일러스트와 이야기는 화자의 불안한 심리와 맞물려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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