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미터 길이 조선 덕온공주 한글 글씨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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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9-04-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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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한글박물관 8월 18일까지 개관 5주년 기획특별전

[국립한글박물관]

5m 길이의 글씨첩 등 조선 마지막 공주 덕온 집안의 한글 유산이 공개됐다. 23세에 요절한 덕온공주는 독서를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인물로 미국으로 건너 간 후손들이 보존한 자료들이 다수 남아 있다.

19세기 조선 왕실에서 여성들이 주로 한글을 사용하면서 남성들은 여성과 소통하기 위한 편지글 등을 통해 한글을 써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5주년을 맞아 ‘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 기획특별전을 25일부터 8월 1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 집안의 미공개 한글 유산을 소개하는 두 번째 전시다.

전시에서는 지난 1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으로부터 이관받은 ‘ᄌᆞ경뎐긔’를 포함해 국립한글박물관이 2016년부터 올해 1월까지 수집한 400여 점의 유물 중 덕온공주와 아들, 손녀 3대의 한글 자료와 유품 200여 점을 처음 공개했다. 덕온공주의 ‘ᄌᆞ경뎐긔’, 덕온공주의 언니 복온공주의 글씨첩,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가 한글로 쓴 중국 여성 전기 ‘동사기람’ 등 중요 유일본 자료들도 최초로 소개했다.

덕온공주 가족과 후손들의 왕실 한글 유산도 만날 수 있다. 덕온공주(1822~1844)와 아들 윤용구(1853~1939), 손녀 윤백영(1888~1986) 3대의 한글 자료를 비롯해 덕온공주의 부모님 순조와 순원왕후, 오빠 효명세자와 언니 복온공주의 자료도 소개했다.

‘복온공주글씨첩’(개인 소장)은 복온공주(1818~1832)가 12살 때 한글로 쓴 시문을 모은 첩으로, 순조(1790~1834)가 점수를 매기고 종이와 붓 등을 상으로 내린 기록이 적혀 있다. 오빠 효명세자(1809~1830)의 ‘’학석집’(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은 왕세자가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누이들을 위해 자신의 한시를 한글로 번역한 것으로, 조선 시대 남성 문집 중 유일한 한글본이다.

덕온공주가 순원왕후(1789~1857)의 명으로, 아버지 순조의 글을 한글로 풀어 쓴 ‘ᄌᆞ경뎐긔’와 어머니가 준 ‘고문진보언해’(고려대 도서관 소장)를 베껴 쓴 ‘양양가’, ‘비파행’ 등에는 부모를 생각하는 딸의 마음이 담겨 있다.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는 딸 윤백영이 12세 되던 해 모범이 될 만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뽑아 ‘여사초략’을 써주었고, 윤백영도 아버지의 한글 역사서 ‘동사기람’ 등을 베껴 썼다. 덕온공주 가족과 후손들의 한글 자료를 통해서는 한글이 왕실 가족에게서 어떻게 발현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덕온공주가 순원왕후의 명으로 순조의 ‘자경전기’를 한글로 풀어쓴 ‘ᄌᆞ경뎐긔’는 공주의 글씨 역량을 보여준다.

덕온공주의 양아들 윤용구는 방대한 중국 역사서를 한글로 편찬했다. 한문에 능통했던 윤용구가 고종(1852~1919)의 명으로 여성들을 위한 중국 역사서 ‘정사기람’(80권)과 중국 여성 열전 ‘동사기람’(10권)을 한글로 펴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윤용구의 ‘동사기람’과 ‘정사기람’은 한말 사대부들이 어떻게 한글을 썼는지 보여준다. 윤용구의 딸 윤백영은 궁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 궁할머니로 불리면서 왕실 문화와 한글 자료를 남겼다. 덕온공주의 혼수 물품 목록, 철인왕후 친필 한글 편지 등 곳곳에서 윤백영이 쓴 부기 부분을 찾아 볼 수 있다. 윤백영은 42세였던 1929년 한글 궁체로는 처음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고, 이후 많은 한글 서예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는 순원왕후에게 하사받은 ‘고문진보언해’(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가 저동궁(덕온공주와 윤의선의 살림집) 화재로 일부 없어지자 68세 때 이를 보충해 쓰고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장서각에 소장된 윤용구의 ‘정사기람’ 80권 중 권19(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는 한국전쟁 때 분실된 것을 윤백영이 77세 때 보충해 채워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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