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왜 우리는 세월호를 추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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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변호사
입력 2019-05-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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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은 '국가적' 재난

누군가 술자리에서 물음을 던졌다.

“왜 세월호가 특별한거야? 내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네게는 그렇지 않잖아. 재난은 생각보다 세상에 많아.”

만약 이 질문을 한 사람이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세월호를 정치적 수사라 비난하는 사람이었다면 당연한 편견이라 여겼을 것이다. 아직도 이제는 세월호에 대해 그만 이야기하자고 하는 사람은 넘쳐난다.

하지만 내게 의아하다는 듯 물었던 사람은 세월호 특조위에 참가해 일했던 이였다. 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가족의 눈물과 절규를 보고 오해나 잘못된 소문과 싸우며 소송에 전심으로 조력했다.

당연히 질문자에게 세월호는 ‘특별한’ 사건이다. 유족의 고통과 슬픔과 비극을 직접 보았고 본인이 전심을 다해 일했으며 부당한 상황이나 편견, 소문과 직접 맞부딪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적이 없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어째서 세월호가 특별한 일인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직접 일했던 사람 중에도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일반 국민들 중에도 상당수는 ‘왜 세월호가 특별한 일인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숫자로 볼 때 세월호의 희생자는 300명이 넘는다. 분명히 비극이지만 비행기 하나가 추락하면 이 정도의 사망자는 발생한다. 지진이 일어날 경우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수십 명이 사망하는 화재 사건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사건을 국가적으로 수년 간 추모하지는 않는다. 대체 이 사건들과 세월호가 다른 것은 무엇일까?

2001년 9월 11일에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항공기와 충돌해 붕괴된 테러 사건을 우리는 9.11이라고 부른다. 당시 미국에서는 2,99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를 지금까지도 국가적으로 추모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16,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실상 사망자나 마찬가지일 실종자는 2,500명에 달했다. 이를 일본은 국가적 재난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두 사건은 물론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그 이상으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 국민이 ‘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로 상황을 보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단지 볼 수만 있었을 뿐 아무것도 손을 쓸 수 없었다는 점도 같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8시 50분부터 하루 온종일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언론 매체와 소셜미디어, 인터넷 포털을 통해 시시각각 세월호가 침몰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근해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청소년을 포함한 300명의 희생자가 배 안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무력하게 보아야만 했다.

즉,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가 국민이 죽어가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는 뜻이다.

현대 국가는 이전의 봉건 시대 국가와 달리 국민 개개인이 국가공동체의 ‘주권자’이다. 이 말은 단순히 선거권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민은 주권자이기 때문에 국가공동체로부터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나아가 국가공동체는 시혜적인 의미가 아니라 주권자이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불의의 사고와 천재지변, 혹은 예상치 못한 테러로 이러한 ‘안전보
장’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이는 국가 공동체와 구성원 전체의 책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9.11 테러를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더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면서까지 ‘복수전’을 치뤘던 것이다. 국가가 재난 속에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일본은 민주당 정권이 붕괴되었고 10여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동일본 대지진을 추모한다.

우리가 세월호의 침몰을 특별한 ‘국가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광화문에 추모의 기념관을 여는데 합의하며, 매년 국가적으로 추모 행사를 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4.16이 5주기를 맞이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왜 우리가 세월호를 추모하는지 기억해야 할 때다.
 

[사진=강정규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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