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ㆍ현대 등 재벌 3세, 마약에 빠진 이유…누릴대로 누린 '향락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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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19-04-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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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능력 떨어지면서 '갑질의 뇌'가 돼 사건사고 일으키기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 씨가 4일 오후 경찰에 체포돼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동방] SK와 현대家 3세들이 마약 스캔들에 빠졌다. 마약을 비롯한 재벌 3·4세들의 이탈이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처럼 재벌가 자녀들이 일탈과 범죄에 빠지는 이유는 기업을 일궈낸 선대와 달리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살면서 자아실현 욕구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벌 후손 줄줄이 ‘마약혐의’ 구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4일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손녀인 황하나(31)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황씨가 2015년 5~6월 마약을 투여했다는 첩보를 지난해 10월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다.

마약 파문은 SK가에도 일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3일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최모(31)씨를 구속했다.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손자인 최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최근까지 SK 계열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손자 정모(28)씨도 대마를 구입한 정황을 포착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해외 체류중인 정씨가 귀국하는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이번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몰라 불안해하는 모양새다. SK나 현대家 외에도 여러 그룹 3세들이 마약을 했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즐길거리 중 하나로 다가오는 마약

이처럼 재벌 3·4세들이 마약에 빠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밑바닥부터 회사를 일군 선대와 달리 많은 것을 누리고 살면서 성취감보다 즐기는 것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진국 융합심리학연구소장은 “처음부터 회사를 일군 창업주, 이를 보며 자란 2세와 달리 3세는 성공을 통한 자아실현 욕구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마약에 빠지는 것이 단순히 부유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통계상 마약 범죄의 상류층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직업이 없는 경우 마약에 가장 많이 손을 댔다. 대검찰청의 ‘2017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사범 1만4123명의 직업별 점유율은 무직이 28.8%, 노동 3.8%, 회사원 3.7%, 농업 3.5% 순이었다. 주요 직업을 제외한 나머지 42.5%는 기타로 분류됐다. 학력별로는 고졸 37.2%, 중졸 15.1%, 대졸 13% 순이었다. 지난 2월 직업별 마약 단속 내역도 무직(30.5%), 회사원(3.7%), 노동(2.2%)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재벌 3세들은 '쾌락'의 도구로 마약에 손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소장은 “재벌 3세는 가난한 사람과 달리 수많은 유흥을 즐긴 뒤에 마약이라는 선택지가 유혹한다는 점에서 마약 유입 요인의 뚜렷한 양극화를 엿볼수 있다”고 말했다.

재벌 3·4세들의 일탈은 마약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재벌가 자녀들은 ▲회사 직원에 대한 폭언・폭행 ▲주점 종업원 폭행 ▲회사 내외 갑질 등으로 구설에 올라 곤욕을 치렀다. 이를 두고 ‘승자의 뇌’를 가진 재벌가 후손들의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갑의 위치에 있으면 공격성을 대표하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는데 이 상황이 지속되면 상태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세로토닌 수치도 함께 올라가 공감능력 의지가 떨어지게 된다. 이를 ‘승자의 뇌’라고 부른다”며 “이 상태를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갑질의 뇌'가 돼 사건 사고를 부를 가능성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자아 실현 욕구와 이를 위한 비전 확립,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키우기가 재벌가 후손들의 과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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