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변호사자격시험 취지살리려면 합격률 최소 50%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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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기자
입력 2019-04-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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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변호사시험 자격화를 통한 합격자 수 늘리기가 2년 임기 내 최우선 목표다.”

김순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내 최우선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을 회원으로 하는 로스쿨협의회는 로스쿨 제도·운영에 관한 사항 등 주요 관심사에 대한 자율적인 협의와 조정을 통해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우수한 법률가 양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다.

지난 1월 1일 새로 취임해 로스쿨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김 이사장으로부터 앞으로 2년간 로스쿨협의회가 우리 사회에 어떤 목소리를 낼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변호사단체는 변호사 수 증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변호사시험 자격화를 통한 합격자 수 늘리기를 임기 내 최우선 목표로 정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의 낮은 합격률은 처음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때 생각했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나 사시 낭인과 같은 사회적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를 왜곡시키고 있다. 로스쿨에는 다양한 교육과정이 준비돼 있다. 하지만 낮은 합격률 때문에 교육과정은 결국 변호사시험 합격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나.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맞게 정상적으로 로스쿨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에게는 모두 변호사 자격을 줘야 한다.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변호사시험 응시자의 70% 이상은 합격시켜야 한다. 아무리 합격률이 떨어지더라도 최소한 50% 이상은 합격시켜야 한다."

-변호사단체는 법조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변호사 수가 2만5000명 정도 된다. 매년 합격자 수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있는데, 1600명과 1700명이 과연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올지 의문이 든다. 100명을 더 뽑아 10년 동안 변호사 1000명이 늘어나도 시장에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변호사단체의 직역이기주의로 보인다."

-변호사 수 증가를 위해선 직역 확대가 뒷받침돼야 하는 게 아닌가.
"대한민국은 OECD 11위의 경제대국이다. 이런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1년에 2000명 정도의 변호사 배출도 우리 사회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은 늘어난 변호사 숫자에 사회가 적응이 안 된 것 같다. 앞으로 로스쿨제도가 취지에 맞게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사회에서 로스쿨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변호사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말씀이 추상적으로 들린다. 실제 현장에서 변호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는가.
"최근 기업 임원으로 은퇴한 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예전에는 변호사의 업무영역이 법무실로 한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로스쿨 졸업생들은 법률전문가일 뿐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 기업입장에선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업에서 이런 인식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변호사 숫자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직역이 확대될 것이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 중에는 사시 낭인과 같은 사회적 낭비를 막겠다는 게 포함됐다. 그런데 로스쿨 제도가 10년 가까이 운영되면서 ‘변시 낭인’, ‘오탈자(5년 내 5회 탈락)'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로 응시가 제한된다. 로스쿨 입법에 관여했던 사람한테 간접적으로 들은 바로는 응시제한은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전제로 만들어진 규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사실상 선발시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 여건이 달라졌다. 탄력적인 제도운용이 필요해 보인다."

-오탈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 사회적응이 힘들 것 같다. 로스쿨협의회가 이들을 지원할 수는 없나.
"오탈자들의 성공적인 사회진출을 돕고 싶다. 비록 시험에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우리 사회가 로스쿨 교육을 받은 인재들을 활용했으면 한다.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해 보겠다. 사례를 보면 선배 변호사와의 네트워크도 중요한 것 같다. 기업에 자리를 먼저 잡은 선배 변호사가 오탈자들을 추천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경우도 봤다. 앞으로 사회진출에 성공한 사례를 발굴해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변호사 수 증가 이외에도 임기 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로스쿨 입시에 지역할당제가 도입됐다. 지역할당 전형의 불합리를 해소하려고 한다."

-지역할당제가 뭔가.
"그동안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권고사항이었던 지역대학 출신 할당제가 시행령을 통해 2019학년도 로스쿨 입시부터 의무화됐다. 로스쿨은 의무적으로 지역인재 20%를 뽑아야만 한다."

-어떤 문제가 있나.
"지역인재를 육성시키는 방안이라 명분은 좋다. 하지만 현재 변호사시험이 사실상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선 적용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역인재 전형이 취지는 좋지만 이 제도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장학금 혜택까지 받고 교육과정을 이수하지만 정작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의 취지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결국 합격자 수 증가가 로스쿨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지역할당제 문제는 로스쿨 합격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이 제도를 그대로 안고 가게 되면 지방 로스쿨은 20% 정도 합격률의 불리함을 갖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지방 로스쿨의 합격률만 떨어지는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법령개정사항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점점 심화될 것 같다."

-이사장님은 전남대 로스쿨 원장으로도 재직 중이시다. 지방 로스쿨 입학생들이 수도권에 비해 불리한 점이 있는가.
"지역의 경우에도 우수한 학생들은 졸업 후 좋은 곳으로 많이 간다. 지방 로스쿨도 대부분 수도권에서 학부를 나온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방 로스쿨에 입학한다고 뭔가 불리한 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로스쿨 입학생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정말 그런가.
"로스쿨 졸업 후의 기대수준에 대해 로스쿨 제도 도입 초창기와 지금은 인식의 변화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버리고 로스쿨에 진학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또 입시요소의 정량화로 직장인이나 고령자는 학창시절 로스쿨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아 정량지표가 불리하다. 변호사시험 합격이 어려워진 문제도 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다. 일본의 로스쿨 제도는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많다. 도입 10년을 맞은 로스쿨 제도를 평가해달라.
"로스쿨 1~3기까지는 그나마 제도 도입 취지대로 운영됐다고 본다. 당시에는 원하는 과목도 충분히 들을 수 있었고, 대외활동을 많이 했다. 하지만 현재는 합격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라 로스쿨의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매몰됐다. 굳이 평가하면 상→중→하로 내려가고 있다고 본다. 합격률 변화를 제도에 대한 평가로 보면 될 것 같다.

-로스쿨 제도가 양질의 변호사를 길러내고 있다고 보나.
"10년간 로스쿨 졸업생들을 관찰했다. 로스쿨은 졸업생들이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본다. 법학 비전공자의 경우에도 전혀 문제없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로스쿨 졸업생은 초창기 기수보다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가졌음에도 낮은 합격률로 인해 변호사시험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제도의 희생양이라고 본다. 정규교육을 정상적으로 수료할 경우 모두에게 자격증을 준다는 게 제도의 취지이다."

-초창기에는 로스쿨 변호사의 실력 문제가 제기됐다.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질 낮은 변호사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는데, 지금 1기 로스쿨 변호사들이 나와서 질이 낮아졌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왜 질적 평가에 대한 걱정을 공급자가 하는가. 소비자가 알아서 할 것이다. 자격시험화돼 많은 변호사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시장에 의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변시 합격자 수를 늘리기 위해선 법무부, 변호사단체 모두의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로스쿨협의회는 과거 온라인 로스쿨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온라인 로스쿨 도입을 계획하고 있나.
"입법안은 상정돼 있지만 낮은 합격률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불거진 상황에서 입구만 늘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사장님은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계시다. 서던메소디스트, 펜실베이니아에서 유학을 하셨다. 유학을 생각하는 법조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다.
"1990년 워싱턴에 있는 로펌으로 5개월간 파견을 나가서 일했고 유학을 가선 대학에서 많이 배웠다. 미국 변호사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보았다. 책은 여기서도 읽을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다. 유학을 간다는 것은 시스템을 경험하러 가는 것이다. 미국 로스쿨을 경험하고 미국에서 살아보면서 법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공부보다는 그 사회의 시스템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이 간다. 로스쿨에도 해외 인턴십 제도가 있지 않은가.
"미국은 재판이 TV로 중계되기도 한다. 국민이 형사사건에 대해 전문가가 된다. 선진 법문화를 경험하면서 시스템을 배웠다. 선진국의 사고방식이나 제도를 내가 가진 지식과 비교·평가해 가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선진국의 법률 시스템 경험을 통해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있고, 우리 법률 체계의 문제점도 파악할 수 있다. 로스쿨에도 외국 인턴십 제도 같은 좋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변시 합격률이 낮아져 지원자 수가 줄고 있다. 요즘은 한 달 코스로 해외 인텁십을 하는 것도 힘들다. 교육의 왜곡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로스쿨에 대해 안타까운 것은 장점은 잘 알려지지 않고, 단점만 널리 알려졌다는 점이다. 이제는 로스쿨의 본래 모습을 평가하고 장·단점 모두 평가받아야 할 시기이다."

-예를 들면.
"장학금 관련 자료를 보면 국내 로스쿨 정원 6000명 가운데 17%가 전액장학금을 받고 있다. 상당한 혜택이다. 초창기 씌워진 ‘금수저’ 프레임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로스쿨만큼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곳이 없다. 전체 등록금 대비 30%의 금액을 장학금으로 저소득층에 지원하고 있다. 소득 분위 1~3은 전부 장학금을 받고 있고 전체 로스쿨생 중 1000명 이상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과 비교해 봐도 로스쿨 등록금은 비싸지 않다. 제도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다."

-로스쿨의 장점 한 가지만 든다면. 아울러 마무리도 함께 부탁드린다.
"과거에는 대학이 학과에 관계없이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대학교육이 황폐화됐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학부 안정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로스쿨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들을 점검해보고, 앞으로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이해당사자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형 로스쿨 제도의 성공에 헌신하겠다."
 

[사진=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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