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기업 주식에 108조9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 주식자산의 54%에 달하는 유동성을 직접 운용하는 중으로, 우리 자본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특히 국민연금 지분이 높은 기업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대한항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날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고,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은 무산됐다.
조양호 회장과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은 대한항공 지분 33.35%를 갖고 있다. 이외에 국민연금 11.56%, 외국인 주주 20.50%, 기타 주주 55.09% 등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대주주일가의 지배력이 견고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국민연금의 연임 반대가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에 제동을 걸었다.
호텔신라에도 국민연금 자금이 대거 투입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호텔신라 지분 11.96%를 확보했다. 호텔신라의 대주주일가와 특수관계자의 지분 합은 17.3%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67.34%다. 현재 대표이사는 오너일가인 이부진 사장으로, 임기는 내년 3월24일까지다.
대림산업도 국민연금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림산업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12.7%다.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은 23.1% 수준이다. 소액주주는 58.86%의 지분을 쥐고 있어 국민연금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대림산업은 오너일가인 이해욱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해욱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23일까지다.
한라홀딩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을 13.5% 갖고 있다, 한라홀딩스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27.64%다. 한라홀딩스 역시 오너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최대주주이자 등기임원인 정몽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23일까지다.
다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 정치권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대한항공 사례를 계기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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