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화재 이어 또 인재...팔다리 마비된 KTs 노조위원장

정두리 기자입력 : 2019-03-13 10:37
- 김신재 위원장 선로 설치작업중 뇌출혈로 쓰러져 - 2017년 이후 12명 산재, 6명 숨져..."안전수칙, 유명무실" - "무리한 비용절감이 부른 인재"...아현국사 화재 때도 조명
# KT서비스 설치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신재씨(41·KT서비스 노조위원장)는 지난 4일 오후 2시 30분께 자신의 담당구역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서 전신주를 오르내리는 개통작업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행인이 119에 신고를 해 인근 병원에서 곧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왼쪽 팔다리가 마비됐다. 지난 8일 기자를 만난 김씨는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위는 지난 1월 8일 상영된 MBC PD수첩 'KT 통신부도의 날'에 출연할 당시 김신재씨 모습(화면캡처). 김씨는 당시 방송에서 KT의 무리한 비용절감과 살인적 업무강도를 비판했다. 아래는 전신주 작업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 팔다리가 마비된 김신재씨 모습. 김씨는 본인이 “노조탄압의 살아 있는 증거”라며 뇌출혈 수술 후 사진을 공개했다. 



김씨의 사고로 KT서비스(KTs)의 무리한 업무강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KTs는 KT의 통신서비스 전화·인터넷·인터넷TV(IPTV) 등의 설치·수리를 담당하는 계열사로 지난해 11월 KT 아현국사 화재를 계기로 고강도 업무환경이 언론에 집중조명됐다. KT가 비용절감을 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줄어 업무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KTs 노조에 따르면 2017년 이후 KTs 노동자 중 12명이 산업재해를 당했다. 이 중 6명은 죽었다. 사측이 공개하지 않은 산재까지 감안하면 피해자는 이보다 많을 것이란 게 노조 추정이다. 

4일 김씨의 사고 이후 회사는 어떤 안전공지도 하지 않았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재발방지 프로그램이 가동돼야 한다.

반면 사흘 후인 지난 7일 전 직원 대상 영업교육이 진행됐다. 교육내용은 비즈니스 영업활성화로 기업 대상 판촉을 위한 것이었다. 이후 김씨의 사고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 홍성수 노조 사무총장은 "직원들이 위험한 작업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회사는 실적개선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공분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업무 가이드라인상의 KTs의 일평균 설치 건수는 8.6건이다. 그러나 이 규정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KTs 관계자는 "하루에 많게는 20건까지도 설치를 할 때도 있다”며 “개통과 사후서비스(AS) 업무 외에도 영업 압박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퇴사율이 열악한 업무환경을 방증한다. 2017년 기준 KTs의 퇴사율은 30%다. 현재 직원수는 약 4060명이다. KTs 북부의 경우 2018년 6월부터 2019년 1월까지 225명이 입사하고 296명이 회사를 나갔다. 같은 기간 남부는 545명이 입사하고 430명이 퇴사했다. 
 
직원을 충원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KTs의 평균 연봉은 KT 본사의 절반 수준이다. 기술직 대졸초임 기본급은 185만원으로 법정 최저 시급(175만원)과 맞먹는다. 실적 근무수당을 받으려고 영업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임금 구조다. 위험하고 연봉은 낮은 대표적인 3D 직장으로 인식돼 있다는 것이다. 

KT 본사가 추진하는 무리한 비용 절감이 근본 원인이란 게 노조의 지적이다. 2014년 황창규 KT 회장 취임 직후 8304명이 강제 퇴출됐다. 그 결과 주요 통신업무들이 계열사나 협력사로 외주화됐다. 대표적인 게 KTs다. 황 회장은 KT와 협력업체가 공동출자한 중간 도급업체인 7개의 ITS 법인을 정리하고 2015년 7월 KTs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KT 명예퇴직 대상 임직원 상당수가 기존 연봉을 깎고 일반직으로 넘어왔다.  


 

KTs는 혼자서 작업이 어려울 경우 2인1조 작업을 권유한다.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2인1조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고강도 업무는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KT 안팎의 평가다. KTs 작업 규정상 전봇대에 올라야 하는 선로 설치작업은 혼자서 작업하기 어려운 경우 2인1조 작업이 원칙이다. △지붕이 높거나 △도로를 횡단하거나 △200m 이상의 선로작업이 필요한 경우 △그 외 작업자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 2인1조 작업에 해당한다. 홍 사무총장은 "업무는 많고, 여유 인력은 없어 2인1조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씨의 경우도 쓰러진 뒤 행인에게 발견되기까지 15분이 흘렀다. 2인1조 작업이었다면 이 15분이 골든타임이 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KTs 직원들은 KT 고객들의 서비스 평가 지표를 높이는 데도 동원된다고 볼멘소리다. △단일 개통률 △중복고장 △품질측정률 △해피콜 부문에서 고객들의 만족도 점수를 높이기 위해 KTs 직원들이 개인 휴대폰으로 고객들에게 독려 문자를 보낸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민원 전화를 개인 휴대폰으로 받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김씨의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측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는 상황이다. 홍 사무총장은 “회사에 산재를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KT측은 이와 관련, “김씨의 산재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했다. 

박사영 KTs 노조 자문노무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및 산업안전법 관련 고소·고발, 노동위원회 심판 제소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노조 가입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노조 탈퇴를 종용·협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