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변의 로·컨테이너] 무고죄 비켜간 허위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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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변호사
입력 2019-02-1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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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용사기 고소했다가 덜컥 무고로 법정 서

  • 법원 “허위 사실 신고 아니다”며 무죄 선고

A씨는 B씨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가 돌려받지 못하자 “사기 당했다”며 B를 고소했다. 그런데 A는 몇 달 뒤 도리어 무고(誣告·거짓으로 고소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A는 2018년 1월 B한테서 “가상화폐를 사 두면 가치가 오를 것인데 현재는 신규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B에게 “돈을 송금할 테니 대신 가상화폐를 구입해 달라”며 3,000만원을 보냈다. 다만, 이들은 1달 뒤 원금을 돌려주기로 약정을 맺었다.

하지만 약정기한이 지났음에도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A는 사기죄로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A는 고소에 앞서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관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가상화폐 구입을 위해 돈을 보냈는데 B가 실제로 가상화폐를 구입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에 A는 가상화폐와 무관하게 마치 B가 부친의 사업실패에 따라 임금 등을 변제하기 위해 A한테 돈을 빌렸으나 변제하지 않은 것처럼 B를 허위 고소했다. 수사과정에서 거짓이 드러나면서 A는 오히려 무고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판단과 달리 A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한 경우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재판에서 ‘허위사실’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쟁점이다.

대법원 판례는 “차용인이 변제의사와 능력의 유무에 관해 기망했다는 내용으로 고소한 경우에는 차용금의 용도와 무관하게 다른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차용인의 변제의사나 능력의 유무에 관한 기망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차용금의 실제 용도에 관해 사실과 달리 신고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범죄사실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줄 정도의 중요한 부분을 허위로 신고했다고 할 수 없다”고 허위 사실의 판단기준을 밝히고 있다.

이런 기준을 토대로 1심 법원은 A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사건은 B가 3000만원을 반환할 의사 또는 능력이 없으면서 마치 있는 것처럼 A를 속여 돈을 송금 받았다는 데 고소사실의 본질이 있다”며 “A가 처음부터 3000만원의 용처가 가상화폐 투자임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마치 B가 그 용처를 부친의 사업자금으로 속였던 것처럼 거짓 진술을 하기는 했으나, 이는 주변적 사실에 관한 거짓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원은 “A와 B 사이의 거래를 법적으로 ‘대여’로 평가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음에도, 대여를 했다는 A 진술의 핵심 또한 A가 B로부터 원금 반환을 보장받고 돈을 송금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다”며 “혹시 모를 법적 평가의 잘못을 두고 무고죄에서 말하는 ‘허위 사실의 신고’라 할 수도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쉽게 말해, 법원도 A가 거짓말로 B를 고소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허위사실로 신고 된 ‘금전의 용처’는 주변적 사실에 대한 거짓에 불과한 것이지, 고소의 본질이 아니라는 게 무죄 선고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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